아주경제 허희만 기자 =충남도가 국가 및 지방자치 발전과 지역사회 각종 현안을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도정 현장에서의 고민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 대안을 마련, 국회와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안희정 지사는 26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치분권 확대 △정부기능 재정립 △지속가능 발전 등 3대 분야 9개 과제로 구성된 ‘충남의 제안’을 발표했다.
충남의 제안은 지역에서 나타난 다양한 사회 문제 중 일부 과제의 경우 지방정부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국회나 중앙부처 등과 함께 논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정리했다.
지방정부가 국가 정책을 집행하고 지역 이익을 대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앙정부가 접하기 힘든 ‘현장의 관점’을 토대로 선도적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전국적·근본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도의 판단이다.
충남의 제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민주주의 원리를 현장에서 실천하는 자치분권 확대’ 분야 ①지방정부 현장 책임성 강화를 위한 특별지방행정기관(특행기관) 이양은 지방정부가 권한 없이 책임만 부담하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갑을오토텍 노사 분규, 금산 불산 누출 사고처럼 지역 내 특정 사회문제 발생 시 지역 주민들은 법적 권한 또는 책임 소재와 관계없이 지방정부에 포괄적·정치적으로 책임을 묻고 즉각적인 대응과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으나, 실제는 중앙정부가 특행기관을 통해 관할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도는 지방정부의 기능과 중복되거나, 지방정부가 수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특행기관의 업무를 선별하고, 그 기능과 권한을 일괄이양 할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 검토를 제안했다.
②물 위기 현장에서의 효과적인 대응체계 마련은 물 관리 기능이 여러 부처에 분산돼 물 문제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시각을 기초로 하고 있다.
현재 수질 관리는 환경부가, 수량 관리는 국토부와 농림부가, 방재 업무는 안전처에서 총괄하고 있으며, 하천 관리는 환경청과 국토청이, 상·하수도는 수자원공사 및 환경공단에서 맡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물 위기가 발생하면 해결책 마련이 지연되고, 지방정부는 마땅한 대응 권한이 없어 중앙부처의 의사 결정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 도는 유역별 물관리위원회 설치 및 조정·통합 기능 부여, 중앙부처 물 관리 기능 지방 이양 확대, 물 위기 시 지방정부에 ‘선조치권’ 부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물관리기본법’ 제정·시행을 제안으로 내놨다.
③지방자치 취지에 부합하는 자치단체 관할구역 조정은 중앙정부(행자부)가 공유수면에 대한 자치단체 관할구역을 부정하고 매립지 관할을 재량으로 결정하며 △지방정부의 소송으로 인한 행·재정적 낭비 △지역 간 분쟁 심화 △기업 및 주민 불편 등의 문제점을 야기함에 따른 것으로, 도는 합리적 관할구역 조정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정부기능 재정립’ 분야 ④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 보전을 위한 농업재정 개편은 농업 생산 영역과 관련된 정부 재정 사업들에 대한 지속 여부를 면밀히 재검토해 정부 개입이 부적절한 사업은 축소하고, 이를 통해 절감한 예산은 농가 소득 안정 및 생태·공익적 차원의 농촌 가치 제고 사업에 투입하자는 뜻이다.
기존 농업재정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직불금 규모를 확대하고, 농업 분야 정부주도 사업을 발굴해 투자하자는 것과 현재 산재해 있는 각종 보조금과 직불금을 통합해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도록 근거 법률을 제정하자는 제안이다.
⑤신청 없이도 먼저 찾아가는 공공요금 할인은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전기·가스요금 등 12종의 공공요금 할인제도에 대한 운영 실태를 정확히 조사하고, 수혜율을 높이기 위해 할인 신청을 지방정부에서 직권 신청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또 정부의 살림살이는 주권자인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⑥납세자에게 정부 재정 운영 상황 실시간 공개는 개정·시행 중인 국가 및 지방재정법의 미비점을 보완하자는 것으로, 재정정보 실시간 공개 가이드라인 마련을 제안으로 제출했다.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를 조화롭게 연결하는 지속가능발전’ 분야 ⑦미래의 새로운 생명공간, 연안·하구 생태복원은 산업화 시기 식량 증산과 산업용지 확보 등을 위해 개발한 연안 및 하구가 최근 산업패러다임 변화로 당초 목적을 잃어버리고, 오히려 환경오염이나 수산자원 감소 등의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도는 지난 2011년 태안 안면도∼황도 방조제를 연육교로 바꾸며 갯벌 복원 사업을 추진한 바 있으며, 지난 2014년부터는 도내 연안·하구 현황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서산 고파도 폐염전 등 시범사업 대상지를 선정한 바 있다.
이번 제안에는 중앙·지방정부 합동 기능평가 후 방조제 1곳을 선정, 국가 시범사업 생태복원을 추진할 것과 ‘연안·하구 복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담았다.
⑧국민건강에 대한 투자, 미세먼지 대책은 값싼 전력공급 정책으로 충남을 비롯해 특정 지역에 집중된 석탄화력발전이 각종 대기환경 오염을 유발하고 있는 현실에 따라 국가적 차원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수립·시행하자는 의도다.
구체적인 제안으로는 △수도권 수준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 허용 기준을 전국에 적용할 것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미세먼지 저감 계획 조속 시행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증설 계획 철회 △미세먼지 발생원별 배출량 분석 및 종합대책 수립 등이다.
이와 함께 ⑨전기를 귀하게 쓸 수 있도록 전력수급제계 개선은 ‘전기에너지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자며, 화력·원자력 에너지 중심의 집중형발전에서 친환경에너지 중심의 분산형발전으로 지역별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공정한 전기요금체계 개편과 발전소 입지나 국가 전력수급계획 수립 시 지방정부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안희정 지사는 “중앙집권화 된 대한민국 체제에서 충남도는 그동안 중앙정부에 민원을 제기하는 수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번 제안은 도는 도답게, 시·군은 시·군답게, 중앙정부는 중앙정부답게 일 잘하는 정부가 되자는 다짐으로 대안을 갖고 제안하는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해온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정기국회를 맞아 그동안 실·국별로 산발적으로 추진해 온 제안을 ‘충남의 제안’으로 묶어 도지사가 앞장서 공론화 하고, 설득작업을 펼쳐 나아가겠다는 것이 안 지사의 설명이다.
안 지사는 이어 “각 제안들은 정부 정책 당국의 정책 의제 변경을 통해 수정 가능하지만, 법률 제·개정을 통해 실천을 담보할 수 있다”며 “국회 상임위별로 여야를 넘어 같은 뜻을 가진 국회의원들과 공동주관으로 입법 공청회나 공개 토론회를 갖는 등 9개 제안이 법률로 뒷받침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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