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LPGA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열리는 스카이72GC 오션코스에는 특이한 홀이 많다.
그 가운데 1,4,17번홀에는 거대한 모래밭이 자리잡고 있다.
다만, 17번홀 모래밭은 그대로 벙커다. 샷을 하기 전이나 백스윙 도중 클럽헤드가 바닥에 닿으면 2벌타가 따른다.
이 코스는 5번홀(파5)과 13번홀(파5), 13번홀과 14번홀(파4)이 인접했다. 5,13번홀은 도그 레그 홀이어서 5번홀의 경우 티샷을 13번홀쪽으로 하면 2온이 가능하다. 13번홀에서도 티샷을 14번홀쪽으로 하면 두 번째 샷을 하기가 용이해진다. 몇 년 전 청야니(대만)가 13번홀을 공략할 때 티샷을 일부터 14번홀쪽으로 쳐 2온을 ‘손쉽게’ 한 적이 있다.
그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경기위원회에서는 5번홀과 13번홀 사이에, 13번홀과 14번홀 사이에 흰 말뚝을 꽂아놓았다. 다만 홀별로 해석은 다르다.
5번홀 티샷이 이 말뚝을 넘어 13번홀 지역에 떨어지면 OB다. 13번홀 티샷이 말뚝 너머 14번홀 지역에 떨어져도 OB다.
그 반면 13번홀 티샷이 이 말뚝 너머 5번홀쪽에 떨어지거나, 14번홀 티샷이 이 말뚝 너머 13번홀 지역에 떨어지면 OB가 아니다. 두 경우 흰 말뚝은 OB 말뚝이 아니라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로 간주하도록 로컬룰을 정했다. ‘흰 말뚝은 무조건 OB 표시’라는 고정관념을 지니고 관전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경기위원회에서는 선수들에게 더 많은 옵션을 주기 위한 로컬룰도 채택했다.
먼저 벙커안에 있는 돌을 움직일 수 있는 장애물(규칙 24-1)로 간주해 치울 수 있도록 했다. 원래 볼이 빠진 벙커내 돌멩이는 로컬룰로 규정하지 않는 한 루스 임페디먼트여서 치울 수 없다. 그러나 많은 투어에서 부상을 이유로 벙커내 돌멩이를 장애물로 취급하고 있다.
18번홀 그린 뒤편 관전석 옆에는 드롭존도 설치했다. 볼을 치는데 관전석이 방해가 될 경우 ‘임시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TIO) 처리 규칙(부속규칙 Ⅰ 로컬룰 A 4 b)에 의해 처리하거나 추가로 이 드롭존에 드롭하고 칠 수 있도록 했다. 드롭존은 직경 1.5m의 흰 색으로 표시돼있고, 원내에 ‘DZ’로 표시를 해뒀다.
◆4라운드에서는 아쉬운 점도 드러났다.
미LPGA투어의 경기위원은 모두 8명이다. 다른 투어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이 대회에는 보 리암 위원장을 포함해 4명이 왔다. 그러고 KLPGA투어 경기위원 두 명이 파견돼 협업하고 있다. 큰 대회에 여섯 명의 경기위원이 일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날 18번홀(파5)에서 최운정(볼빅)의 세 번째 샷이 그린 오른편 래터럴 워터해저드에 빠졌다. 최운정은 정확한 드롭지점을 찾기 위해 경기위원을 찾았다. 경기 진행요원 등에게 여러차례 경기위원을 불러달라고 요청했는데도 경기위원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동반플레이어인 안시현, 베아트리즈 레카리(스페인)는 홀아웃한 후 기다리다가 후반 첫 홀(1번홀)로 이동해버렸다. 뒷조 선수들(박채윤, 카트리오나 매추, 리 안 페이스)도 서드샷 지점에서 한참 기다렸다.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경기위원은 최운정이 요청한 후 약 15분이 지날 즈음 카트를 타고 나타났다. 규칙 재정은 금세 끝이 났다.
요즘은 대한골프협회나 KLPGA 주관 대회에서도 선수들이 경기위원을 찾으면 곧바로 오거나, 3분내에 현장에 도착한다. 여자골프투어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미LPGA투어 대회에서 경기위원이 필요한 때에 나타나지 않아 경기가 15분 지연됐다는 것은 설득력이 낮아 보인다. 그래가지고는 선수들에게 플레이 속도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이 민망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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