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내수마저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물류대란'은 마무리 절차에 돌입했다고 하지만 화물의 최종 운송 문제, 남겨진 선원들의 고용승계 등 남은 과제들이 산더미다.
정부 역시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기회복세가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고 국책연구기관 역시 단기간 경기 회복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내수마저 불안…더 이상 꺼낼 카드가 없다
그간 수출의 경우 글로벌 경기악화탓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내수는 근근이 티는 분위기였다. 이는 정부 정책의 역할이 컸다. 재정을 투입하고 소비활성화 대책과 대규모 세일행사를 추진하는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다 꺼내 든 영향이다.
그럼에도 내수 지표는 좋지 않다.
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에 따르면 3분기 소매판매는 전분기대비 1.7% 감소했다. 휴대폰 등 내구재가 -6.1%로 올해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하향세를 주도했다.
승용차 판매 역시 내수 시장을 어렵게 하고 있다. 10월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은 전년동월대비 -11.5%를 나타냈다.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6월에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되면서 회복 시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정부는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정책효과로 10월 중 내수가 반등할 것이라고 시장 안정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9월29일부터 한달여간 진행된 이 행사가 4분기 민간소비지출을 약 0.27%p, 국내총생산(GDP)을 약 0.13%p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정부 주도의 일시적 행사다. 지난 7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종료된 후 고꾸라진 내수를 보면 11월 내수는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정부의 소비활성화 대책도 약발이 떨어지는 모양새인 데다 더 이상 꺼내 들 정책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의 소비 활성화 노력에도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2%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 주체들의 심리 위축과 가계 소득 여건 악화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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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임이슬기자 90606a@]
◆끝모를 수출 부진…암초투성이에 회복 기대 어려워
한때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수출은 어느새 경제성장률을 갉아먹는 존재로 전락했다.
한국 수출은 지난 8월 19개월 연속 하락을 끊고 상승 전환했으나, 9월 전년 대비 5.9% 감소하며 다시 추락, 10월 역시 -3.2%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선박 수출이 50%에 가까이 증가하고, 코리아세일페스타, 면세점 매출 증대 등 일시적 반등요인이 있었음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뼈아프다.
문제는 4분기 첫 스타트를 마이너스로 시작한 한국 수출이 미국 금리인상, 기아차 파업 등 켜켜이 남은 악재에 반등 가능성을 엿볼 수 없다는 것이다.
10월 수출하락의 원인은 △자동차 파업과 태풍 피해 △갤럭시노트7 단종 등 휴대전화 완제품 수출 감소 △조업일수 감소(전년 동기 대비 0.5일) 등이 꼽힌다.
구체적으로 휴대전화 완제품 수출감소로 인해 전체 수출은 -1.6%포인트(6억7000만 달러 감소) 줄었고, 자동차 분야 악재는 전체 수출을 1.1%포인트(5억 달러) 끌어내렸다. 조업일수 요인은 수출감소율 2.2%포인트, 감소액 9억4000만 달러 규모로 영향을 끼쳤다.
수출 역시 앞으로가 걱정인 상황이다.
기아자동차가 여전히 파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11월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는데다 美 금리인상 역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조선업 구조조정…실업대란 현실화
한국경제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과 조선업 구조조정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0차 한진해운 관련 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를 열고 한진해운 선박 97척 중 94척의 하역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화물 기준으로는 계약한 화물 39만6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중 37만8,000TEU(95.5%)의 하역이 완료된 셈이다. 하역이 완료된 34만3000TEU는 화주에게 전달됐다. 남은 1만8000TEU는 현재 운송 중이거나 환적을 위해 대기 중이다.
하역 문제는 어느 정도 일단락 됐지만 한진해운에 남아있는 육·해상 직원의 고용 승계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현재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황에서 해외법인을 제외한 남은 약 1300여명의 직원 중 80% 가량이 해고될 처지에 놓였다.
또 구조조정 태풍이 몰아치고 있는 조선업도 국내 고용악화를 주도하고 있다. 실제 최근 고용노동부 조사결과 전체 업종 중 고용규모가 가장 큰 제조업은 증가율이 0.2%에 그쳤다. 제조업 취업자 증가 폭은 6000명에 그쳐 8월(9000명), 9월(7000명)에 이어 석달 연속 증가 폭이 1만명을 밑돌았다.
취업자 증가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0월(-7700명) 이후 7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는 조선업의 고용 감소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6월 1만2000명이던 작년 동기 대비 취업자 감소 폭은 8월 2만2000명, 9월 2만 4000명, 10월 2만5000명으로 3분기 이후 크게 늘어 '실업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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