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미국 대통령 선거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승리로 끝나자, 정치권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여야를 떠나 각 정당은 긴급 회의를 열고 미 대선 결과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신고립주의'와 대북 강경책 등을 내세워 온 트럼프인만큼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공통된 입장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9일 국회에서 미국 대선결과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전망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당정협의를 열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정부와 새누리당이 외교·안보·경제 등 각 분야에서 태스크포스(TF)를 각각 꾸려 상호 간 정보를 공유하며 상황 변화에 대비하기로 했다고 협의 직후 밝혔다. 새누리당은 10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중장기 전략대책에 대한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패권국가의 관용과 포용을 더 이상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 하다,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이익보다 손실이 더 클 것"이라며 TF 구성을 통한 점검을 당부했다.
국민의당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적 문제와 주한미군 재정부담 확대 가능성, 외환시장 정책 등 다각적인 대응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한미동맹은 견고하다, 양국의 지도자가 바뀌었다고 해서 우리의 동맹관계를 해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차라리 우리 대미외교 의존도, 미 간섭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경제나 외교·안보를 위해 중국과의 외교도 강화할 수 있고, 차제에 대북정책에서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6·25 이후 최대 안보위기"라며 "당장 내년 초부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이 쟁점으로 등장하는데, 야당이 한가하게 '독자외교 기회로 삼겠다'고 쾌재를 부를 때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고위전략회의를 연 더불어민주당도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강조하며 외교안보, 경제 분야에 있어서 철저한 사전대응을 강조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외교통일안보자문회의와 경제안보상황실을 통해 미 대선 이후 노정되는 안보·경제 환경의 변화를 점검해 대응전략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예상을 뒤엎은 미 대선의 결과가 우리나라 대선에는 어떤 영향을 줄 지도 관심사다. 역대 정권의 변화를 비교해보면 미국 대선의 결과를 우리나라도 대체로 따라가는 양상이었다.
과거 미국에서 41대와 43대에 각각 공화당의 조지 허버트 부시·조지 워커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절, 우리나라는 김영삼 대통령과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이 각각 당선된 사례가 있다.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 집권기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헌정 사상 첫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1987년 체제 후 시행된 총 5번의 대선에서 3번은 미국의 집권당과 유사한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그러나 마냥 보수정당의 손을 들 수는 없다. 보호무역주의, 주한미군 철수 등은 그 여파가 엄청난 데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보수당에 대한 여론이 나빠진 상태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보수정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여건은 나올 수 있지만, 최순실 사태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미 대선 결과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온 만큼, 단언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