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진희 기자 = SK하이닉스가 각종 위기를 딛고 오늘날 세계 D램 2위업체로 발돋움한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회사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23일 “SK하이닉스 노사는 위기 때마다 서로의 희생을 강요하기보다는 조금씩 양보하며 해결 방법을 찾아왔다"며 “이 덕분에 SK하이닉스 노동조합은 1987년 창립 이후 무분규 기록을 지속해왔다"고 설명했다.
◆노사의 찰떡궁합, 위기 극복 밑거름으로 작용
SK하이닉스 경영방침 중 하나가 ‘노사불이(勞使不二) 정신’이다. 노사불이는 '회사와 근로자는 하나'라는 뜻이다.
지난 2001년 SK하이닉스(당시 현대전자)는 누적 영업적자로 존폐 위기에 처했다. 이에 노조는 자발적으로 임금을 동결하고 복리후생제도를 일시적으로 유예하겠다며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다. 이후 4년 동안 월급이 동결되고 무급으로 휴가를 써야했지만 노동자들은 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에 화답하듯 경영진는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3년만에 실적 부진을 털어내고 다시 성장궤도에 올라섰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2008년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맞닦뜨렸다.
이때도 SK하이닉스 노사는 상생을 위해 ‘고통분담 및 자구노력 방안’을 도출해냈다. 이에 임원수를 30% 줄이고 임직원 급여도 일부 삭감했다.
이같은 임직원의 뼈를 깎는 노력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1년 뒤인 2009년 영업이익을 흑자전환할 수 있었다.
◆생산직도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전격 도입
SK하이닉스의 '노사불이' 정신은 협력사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7월 SK하이닉스 노사가 국내 최초로 임금인상을 협력사와 공유하는 ‘임금 공유 모델’을 도입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는 SK하이닉스 근로자의 임금 인상분의 20%를 협력사 직원들의 처우개선뿐 아니라 안전·보건 환경개선에 지원하는 ‘상생협력 임금공유 프로그램’이다.
SK하이닉스 근로자들이 당해 임금 인상분의 10%를 내면, 회사도 같은 금액을 내 협력사 직원들의 처우개선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당시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은 “임금 공유 모델의 도입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모범을 보여준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김준수 노조위원장도 “임금 공유 모델을 통해 SK하이닉스의 노사문화는 '한 솥밥 한 식구 문화'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사관계 조성을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노사관계는 미래지향적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 7월 생산직도 직무∙역량∙성과 중심의 임금 및 직급체계로 개편하고 ‘반도체 명장’ 육성을 위한 교육체계도 마련하기로 했다. 치열한 기술 경쟁과 전문화된 생산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생산직의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데 노사가 뜻을 함께 한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저성장∙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에 대비하고, 구성원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 노사가 함께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했던 것”이라며 “앞으로도 많은 위기를 겪겠지만 과거와 같이 노사불이 정신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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