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첫 번째 질문은 황 권한대행의 대권 도전 여부였다. 지지율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대선 출마에 대한 현재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처럼 애매모호하게 대답을 하며 공식적 부인은 하지 않았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사진=공동취재단]
이에 대해 취재진이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고 거듭 물었지만, 황 권한대행은 "지금은 그런 여러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니고 어려운 국정을 조기에 정상화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일에 전력하는 것이 마땅한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대선 출마에 대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황 권한 대행은 앞서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같은 질문에 역시 같은 모호한 대답을 한 바 있다.
당시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황 권한대행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이미 이야기를 다 했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이 때문에 당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에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황 권한대행의 이날 기자회견 자체가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많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경우 황 권한대행의 임기가 2∼3개월에 불과할 수 있고, 황 권한대행의 역할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국정과제를 잘 마무리하는 데 방점이 있는데 굳이 신년 기자회견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황 권한대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통합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실제로 '국민 대통합'은 대권 주자들의 단골 메시지기도 하다.

[사진=공동취재단]
황 권한대행은 이어 "사회 각계각층과의 폭넓은 대화를 통해 국민적인 화합과 단결을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여야를 상대로 정당대표들과의 회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황 권한대행은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비교적 명확한 입장을 보였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사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필수적 방어수단"이라며 "가급적 조속히 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장관 직무대행을 하는 게 적절하냐는 질문에는 "의혹은 의혹이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사실관계의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며 "잘못이 인정되면 처벌하지만, 의혹 제기만 갖고 문제를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황 권한대행의 기자회견을 두고 "평가할 가치를 특별히 찾기 어려웠다"고 혹평하면서 "왜 했고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수상하다"고 지적했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황 권한대행의 신년 기자회견은 말만 번드레했지 아무런 내용도 없었다. 한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 속 빈 강정 같은 기자회견이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무엇보다 국회 탄핵 가결로 대통령이 직무 정지된 상황에서 그 직무를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신년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묻고 싶다"며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 기분이라도 내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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