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대형 서적 도매상 송인서적의 부도로 출판사, 서점 등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1600개 피해 출판사들의 위임을 받은 '출판사 채권단 대표회의'(이하 대표회의)가 송인서적을 회생시키는 쪽으로 수습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송인서적 부도 실사 작업을 해온 대표회의는 지난 6일 “금융권 채권단과의 협의로 채권액 일부를 탕감해 워크아웃을 신청하거나 매각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 대강당에서 채권단 전체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회생 방안을 논의했다.
장인형 대표회의 단장(틔움출판 대표)은 "도매업계 2위인 송인서적을 청산하면 출판사와 서점 등 출판계 전체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지난 3일 대표회의에서 적정 수준의 채권을 탕감한 다음 회생 방안을 찾아보기로 의결했다. 탕감 규모가 정해지면 워크아웃 신청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회생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송인서적을 청산해도 출판사들의 피해를 회복할 수 없고, 송인서적과 독점 거래하던 서점들의 연쇄부도 등 출판 생태계에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매상 1위 업체인 북센의 독과점 심화도 우려했다.
장 단장은 "실사 결과 현금흐름이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다"며 "채권탕감액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해 채권을 보유한 출판사들이 송인서적 경영에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출판계 일각에서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부도를 냈던 송인서적을 출판사들의 협조와 당시 회장의 사재 출연을 통해 살렸지 않았느냐"며 "회생으로 가닥을 잡은 게 과연 옳은가"라고 지적한다. 이런 식이라면 또 다시 부도 사태를 맞을지 모른다는 얘기다.
해결책은 결국 위탁 거래, 어음 결제 등이 횡행하는 유통 구조 자체를 혁신하는 것으로 좁혀진다.
한 중소출판사 대표는 "오랫동안 관행으로 굳어진 유통 시스템을 한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유통망 공영화에 두 팔을 겉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송인서적 부도로 피해를 입은 출판사 등에 1%대 저리 융자, 긴급경영안정자금·창작지원기금 지원 등의 지원방안을 내놨지만, 출판사 대부분은 실효성이 없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지원'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융자는 엄연히 빚이라 부담이 따르고 특히 소규모 출판사들의 경우 대출 요건 등을 충족하기 어려워 '그림의 떡'이라는 이유에서다.
출판계 관계자는 "유통구조 개선, 실질적 피해 지원 등 문체부가 앞장서줘야 할 일이 많지만, '블랙리스트' 등 국정농단에 휘말려 대국민 사과까지 한 부처가 제대로 된 가이드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한편 문체부는 이달 중 출판유통 구조 선진화 방안을 포함한 제4차 출판사업진흥 5개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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