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장관이 지난 16일 도쿄에서 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20년간 실패한 접근을 했다. 그것은 미국이 북한이 다른 길을 가도록 독려하기 위해 13억 5천 달러(약 1조 5천272억 원)를 제공한 기간을 포함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는 지난 20년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실패한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틸러슨이 언급한 13억 5천만 달러에 대해 마크 토너 미국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1995년부터 2008년까지 14년 동안 북한에 지원한 총액이라며 "50%가 식량 지원, 40%가 에너지 지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북핵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제네바 북미기본합의(1994), 9·19공동성명(2005) 등이 도출됐던 빌 클린턴-조지 W부시 정권의 대북 협상사를 틸러슨은 '실패'로 규정한 셈이었다.
이어 토너 대변인 대행은 지난 20년간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대해 "매우 타당한 지적"이라며 "6자회담과 같은 기제가 오랫동안 의도한 결실을 보지 못했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6자회담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토너 대변인 대행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고려할 때 제재 관련 현행 조치를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할 방안을 새롭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막바지 내부 조율을 거치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 틸러슨 장관과 토너 대행의 발언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북한과 안이한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며, 기존 6자회담이라는 협상 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미 행정부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말을 두번 사지 않는다'는 기조 아래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핵시설 가동중단 등 '핵동결'에 보상하는 식의 협상은 하지 않는 대북 강경 기조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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