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금방 갔다"는 첫마디로 소회를 전한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는 잠깐 동안의 간담회 내내 미소를 보였다. 이날은 국내 포털 1위 기업 네이버를 이끌어온 그가 대표로서 마지막으로 출근한 날이었다.
김 전 대표는 "좋았던 것을 꼽으라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개인적으로도 많이 성장했다"며 "네이버가 하는 일이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의 지식과 편의, 편리함에 보탬이 되는 일이었고, 나아가 글로벌 도전까지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이 보람이 컸다"고 마음을 전했다.
자그마치 8년을 이끌어온 회사였다. 김 전 대표는 2009년 4월 대표로 선임돼 지금의 네이버를 만들었다.
네이버 임직원들도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듯 김 전 대표의 마지막 날, 온종일 감사의 마음을 보냈다.
그의 마지막 출근길을 위해 네이버 1층 로비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현수막엔 김상헌 전 대표가 웃는 사진과 함께 짤막한 글귀가 적혀 있었다.
"8년간 힘든 일도 있었습니다. 좋은 성과도 많았습니다. 직원들이 서비스와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경청하며 세심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네이버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김상헌 대표님 감사합니다."
같은 날 저녁, 네이버 임직원들은 건물 외관에 빛을 쏴서 메시지를 만드는 '루버링'으로 김상헌 전 대표의 이니셜 'SH'와 '감사하다(THANK YOU)'의 줄임말 'THX ♥ SH'라는 문구를 표시해 마음을 전했다.
임직원들은 김 전 대표와의 조촐한 송별회 자리에서 감사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을 상영하기도 했다. 김 대표와 직원들이 같이 눈물을 보여 잠시 행사가 중단됐다는 후문이다.
'기술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한 네이버의 수많은 과제들을 한성숙 신임 네이버 대표에게 넘기고, 김 전 대표는 떠났다. 하지만 그는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김 전 대표는 한 신임 대표에게 "훌륭한 동료분들과 후배들이 있으니 걱정 말고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마지막으로 응원의 말을 건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