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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7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가 뇌물 혐의 수사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공언한 ‘준법경영위원회(Compliance Committee,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출범이 6개월 가까이 답보상태였다가 11일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본지는 10일 ‘[단독] 신동빈, 클린기업 만든다더니··· 롯데 준법경영위 출범 불투명’ 보도를 통해 롯데그룹의 컴플라이언스위원회가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을 전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신 회장이 현재 하루가 멀다하고 서울 서초동 재판정과 검찰을 오가는 상황에서 롯데의 준법경영 수뇌부 역할이 ‘부담스럽다’며 위원장 선임이 늦어지는 이유를 전했다.
보도가 나가자, 롯데는 즉각 “내정자가 있다. 곧 발표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위원장 프로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러더니 하루가 채 안된 11일 오전 보도자료를 배포, 컴플라이언스위원장의 면면을 공개했다. 민형기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그 주인공이었다.
롯데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신 회장이 지난해 10월 경영비리 검찰 수사에 대한 대국민사과와 함께 발표한 ‘그룹 쇄신안의 핵심 중 핵심’ 역할을 하는 기구다. 한마디로 준법경영을 통해 ‘클린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신설한 조직인 만큼 과연 위원장이 검사 출신일지, 법관 출신일지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결국 재계 5위의 롯데는 이른바 ‘전관예우’가 가능한 법관 출신의 인사를 최종 낙점했다. 일각에서는 롯데의 준법경영이 얼마나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사 출신이 아무래도 준법경영을 이끄는 데 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판사 출신 인사가 대기업에 몸담게 되면 당연히 전관예우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현재 신동빈 회장은 그룹 경영비리 문제로 공판이 진행 중이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롯데면세점 추가입찰에 따른 ‘뇌물공여죄’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롯데 계열사의 준법경영 실태점검·개선작업보다 컴플라이언스위원회의 또 다른 역할인 ‘법률 자문’에 무게중심이 쏠리는 이유다.
실제 민 위원장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신 회장에 대한 재판과 검찰 수사와 관련 “(법률적) 자문이나 조언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 “ 법정에서 적극 나설 수는 없고 뒤에서 서포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컴플라이언스위원회가 롯데의 바람대로 그룹의 준법경영 기틀을 마련할 지, 아니면 신 회장의 법률자문단 역할에 그칠 지는 오롯이 민 위원장의 소신에 달렸다. 오는 5월 그가 롯데그룹 첫 출근길에서 어떤 취임 일성을 밝힐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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