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측의 이 같은 광폭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내정간섭'이라는 곱지 않은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우 대표는 이날 오전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와의 조찬을 시작으로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송영길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 등 각 캠프의 주요 인사와 잇따라 회동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12일 면담할 계획이다.
유 후보는 이날 조찬 회동에서 “사드는 순수하게 자위권 차원에서 방어용 무기이기 때문에 중국이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며 "한·중 간의 경제협력 문제는 분리해서 한·중관계가 정상적으로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 대표는 "사드 문제에서 중국이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엑스밴드 레이더"라면서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의 북부지방 절반이 탐지 범위에 들어온다"고 우려했다.
이후 우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심 후보와 만난 자리에서도 "지금 중·한 관계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지만 이 책임은 중국 측에 있는 게 아니다"라며 "사드 문제는 중·한 관계에 충돌을 주고 있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심 후보는 "정의당은 사드 배치에 공식 반대 입장이지만,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에서 이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것과 별개로 중국이 사드 배치 따라 한국에 취한 경제 보복은 성급했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반대 입장에서 찬성으로 최근 당론을 변경 중인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북 제재에 중국의 선도적 역할을 당부했다. 차기 정부로 배치 여부 결정을 넘기자는 송영길 본부장도 중국과 공조해 북핵을 폐기시키자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박 대표는 이날 회동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우 대표에게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게 중국이 대북 제재의 선두에 서달라고 부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드 배치에 관해선 "한·미 수교 60년 이래 미국의 요구를 거절한 적이 없어 사드 배치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경제 보복도 그렇게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 얘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송 본부장도 이날 오후 우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해 사드 배치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사드 배치를 차기 정부로 넘겨 북한을 상대로 외교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민주당은 최근 북한의 핵 도발 위기 속에서 찬성의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다만,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폐기할 경우 사드 배치 또한 불필요하다는 논리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다웨이 대표가 정부 관계자와의 면담 일정을 최소화하고 대선 캠프 관계자들과 잇따라 회동하는 것에 대한 외교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우 대표는 이와 함께 12일에는 민간 단체와의 접촉면도 넓힐 예정이어서 대선을 불과 한 달 남짓 남겨둔 시점인 데다 북핵 문제로 인해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주변 정세 등을 감안하면 우 대표의 행보는 자칫 내정간섭이라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