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근욱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 선임연구원]
백근욱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 선임연구원 12일 성균관대 초청 브라운백 세미나에서 “전통적인 한·미·일 안보동맹과 함께 한·중·러 에너지협력동맹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LNG(액화천연가스)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실정이다. 백 연구원은 “한국은 북한에 가로막혀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 석유, 천연가스를 대륙으로 수입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해저를 통한 파이프라인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정치·외교적으로 냉각돼 있는 중국을 경제동맹으로 끌어들여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떨어뜨려 놓자는 것이다.
실제 한국가스공사는 중국 국영 가스회사 CNPC와 함께 한-중간 서해 해저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한·중 양국이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스를 주고받게 되면 가스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도입 단가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장은 이어 “한·중간 파이프라인이 연결될 경우, 한국이 가스가 넘쳐날 때 중국에 수출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에는 중국으로부터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산둥(山東)반도와 한국의 경기도를 잇는 이른바 ‘황해 해저 파이프라인’이 건설되면, 북극과 동시베리아로부터 중국에 공급되는 LNG와 파이프라인 가스를 양국이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변수는 미국의 움직임이다. 2020년까지 미국은 호주와 카타르 다음으로 세계에서 3번째로 큰 LNG 생산국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시장과 20년 장기 계약을 맺고 있는 상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 분석에 따르면 운하를 통과하는 LNG 선박은 2021년까지 연간 550척 이상이거나, 하루에 1~2척의 선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중국과의 패권다툼이 격화되면서 에너지 공급 문제를 둘러싼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도 사평에서 “트럼프의 나바로 지명은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치겠다는 신호”라며 “나바로는 대만에는 우호적인 인물로 많은 중국인은 그를 반(反)중국 학자로 간주한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아시아시장으로의 LNG 공급은 러시아의 아시아 중시 정책에 매우 큰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만약 러시아가 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유럽에서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진다면, 미국의 LNG 수출 용량은 7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시장지분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낮출 경우, 미국의 점유율은 40%에 머무를 수 있다.
백 연구원은 국제관계와 에너지 지정학 관계의 대표적 사례로 1980년대 말 저유가 정책을 꼽았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구소련으로 들어가는 외화규모를 대폭 줄이기 위해 구사한 저유가 정책은 구소련 붕괴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백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CEO)인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한 카드를 꺼내들 때부터 레이건 대통령을 연상케 했다”면서 “러시아 카드를 활용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파나마운하 확장을 기점으로 대아시아 LNG 수출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수송 시간과 LNG 선박 운송 비용을 대폭 줄이는 방법으로 추가 시장 진입을 노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한국, 중국, 대만을 포함하는 동북아시아 주요국들은 국제 LNG 수입의 3분의 2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걸프만에서 파마나 운하를 통과해 일본에 이르는 수송 거리는 약 20일이 걸린다. 아프리카 남부지역 인근으로의 34일 간의 항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때 걸리는 31일에 비하면 10일가량 단축된 셈이다.
백 연구원은 “에너지외교는 사이 경제정책에서 점점 더 큰 역할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국제에너지 역학관계는 공급과 수요의 지리적 문제를 넘어서 국제에너지믹스(energy mix) 차원에서 급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체에너지, 비전통가스,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와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증대 등은 지정학적 에너지 공간을 재편 중”이라며 ”미국이 거대 에너지 자급국가에서 수출국가로 변화하면서 에너지외교는 에너지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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