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면 인생 2막이 시작된다. 그런데 자산운영 방법을 잘 아는 사람이 적다. 대개 부족한 노후자금을 만들려고 공격적인 재테크에 뛰어든다.
대부분 60대 이상 은퇴 세대들이 이에 해당된다. 이 연령대는 ‘자가(自家) 이외 부동산’(이하 ‘투자 목적 부동산’) 보유 가구 비율과 전체 주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전체 가구 중 투자 목적 부동산 보유 비율은 2010년 9.1%에서 2014년 10.5%로 늘었다. 특히 60~64세 가구주 중 투자 목적 부동산을 가진 비율은 10.4%에서 19.69%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투자수익률 등락에 따라 부동산을 사고파는 경향’을 수치화한 결과를 보면, 60세 이상 세대는 수익률이 조금만 올라도 투자에 뛰어드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은퇴를 준비하거나 은퇴한 세대가 수익형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는 셈이다.
비슷한 경향은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60세 이상 개인주주 수는 56만명에서 95만3000명으로 급증했다. 전체 주식시장에서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11.8%에서 19.3%로 뛰었다.
은퇴 계층이 모아둔 돈만으로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자산을 운용한다는 얘기다. 은퇴 세대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재테크를 하는 첫째 원인은 수명 연장 추세와 저금리 기조다.
2005년 78세이던 한국인 기대 수명은 2015년 82세로 높아져 은퇴 후 생활자금이 부족하게 됐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의 부실화와 수익성 악화로 인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한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둘째로, 과거 경제 고도 성장기를 경험했고 그간 축적한 자본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60세 이상 세대가 청·중년기를 보낸 1970년부터 외환위기 무렵인 1997년까지 평균 경제성장률은 9.2%였다.
이 기간 한국의 60세 이상 세대는 젊은 시절 산 땅으로 부자가 되고, 1000원짜리 주식이 수십만원대로 뛰는 것을 경험했다. 부동산과 대기업 주식을 사두면 결국 오른다는 확신을 갖게 돼 공격적인 투자성향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은 심각하다. 기대만큼 투자 결과가 나온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돈도 줄어든다. 과거의 경험은 과거의 경험일 뿐이다.
시대와 시장환경이 변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투자 대박과 고금리의 향수에 사로잡혀 있다면 노년의 삶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은퇴 세대는 직장에서 나오는 확실한 고정 수입, 즉 월급이 끊긴 상태이기 때문에 한 차례 시장 충격에도 재기 불능에 가까운 손실을 볼 수 있다.
안정적이고 행복한 인생 2막을 보내기 위한 자산운영은 '불리기'보다 ‘지키기’를 우선해야 한다. 물론 가진 돈이 턱없이 부족한데 지키기만 해서 어떻게 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은퇴 후 투자 실패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급격한 투자시장의 충격에도 손실을 최소화하고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켜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월급을 대신 할 수 있는 꾸준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위험과 성격이 다른 투자처로 자산을 분산하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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