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한 술집 앞. '싱글들을 위한 1인용 포차'라는 문구와 함께 '혼술' 전용 술집임을 알리는 선간판이 놓여 있었다.
입구에는 '미리 예약되지 않은 3인 이상 고객은 매장컨셉 상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가 적혀 있다.
매장 안 좌석 역시 1인 손님들을 위한 바(bar) 형태다.
이곳에서 이어폰을 꽂은 채 태블릿 PC로 영화를 보며 술을 마시던 한 손님은 "처음에 왔을 때에는 혼자 오기 쑥스러워 친구와 함께 왔는데, 눈치도 안 보이고 편해 오늘은 혼자 왔다"고 말했다.
이 술집을 운영하는 박천영씨는 "혼자 술을 즐기는 분들이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도록 단체 손님은 예약 없인 안 받는다"며 "고객의 60% 이상이 1인 손님"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문을 연 뒤 1년이 안돼 혼술집 두 곳을 추가로 열었다는 박씨는 "처음엔 나이 든 분들이 꽤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다 20~30대"라며 "그만큼 혼술을 즐기는 젊은층이 많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1인 가구 증가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혼술족'이 유통·주류업계의 주요 고객으로 떠올랐다.
29일 이마트에 따르면 5월 1일부터 25일까지 주류 전체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4.5% 증가했다.
특히 수입 맥주의 경우 이번 달에만 무려 68%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씨유)의 올해 1∼4월 주류 매출도 작년 동기 대비 26.3% 증가했다.
주류 종류별로는 맥주가 33.5% 늘었고 전통주(막걸리) 15.0%, 소주 13.5%, 와인 7.7% 등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편의점 주류 판매가 늘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냉장 안주 제품 역시 30%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혼술, 홈술(집에서 음주)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과거 술집이나 음식점에서는 단체 손님을 선호했지만 혼술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오히려 단체손님을 '거부'하는 1인용 술집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면 전반적인 사회 인식 변화와 향응·접대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회식이나 소위 접대 문화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중 지난해 접대비 내역을 공시한 111개사는 지난해 4분기 접대비가 전년 동기보다 28%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모 기업 계열사 부장으로 근무하는 이모(45)씨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거래업체와의 식사 자리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간단한 점심으로 끝낸다"며 "회식 자리에서는 술자리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날 위험도 있어 예전만큼 술을 강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사 5년차인 회사원 박모(32)씨는 "술을 즐겨 마시지만 회식 때는 '원샷'을 해야 하는 분위기여서 술이 꼭 사약처럼 느껴진다"며 "회식을 하는 날엔 저녁만 먹고 일찍 빠져나와 차라리 집에서 '혼술'을 즐긴다"고 말했다.
shine@yna.co.kr
(끝)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