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문재인 정부가 해운·조선업을 비롯한 산업 구조조정 시스템의 변화를 예고했다.
현재 주거래은행 중심의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새로운 방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5일 금융위원회 국정기획자문위 업무보고에서 "주거래은행 중심의 상시 구조조정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냉철히 평가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도 이날 업무보고 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과 채권단 중심으로 돼 있는 구조조정 시스템에 한계가 있어 새로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는 이미 새로운 구조조정 방안을 준비한 상태다.
국정기획자문위에서 경제1분과 자문위원을 맡은 홍종학 전 의원은 "이미 대선 과정에서 비상경제대책단 중심으로 새로운 구조조정 방안을 만들어 놨다"며 "이미 대통령께 직접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구조조정은 기업에 돈을 빌려준 채권은행이 해당 기업의 구조조정도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하면 돈을 빌려준 은행들이 어느 정도 손해를 봐야 한다. 그래서 보수적인 은행들이 실기해 부실의 고름이 곪아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최근 채권은행이 구조조정을 좌지우지하기보다 사모펀드(PEF)가 은행에서 부실기업 채권을 인수해 경영 정상화를 꾀하는 시장중심의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방식 역시 대우조선해양처럼 덩치가 큰 대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올해 새롭게 도입한 기업회생시스템인 P플랜(pre-packaged plan)도 대안이다. P플랜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장점을 모은 제도다.
워크아웃은 회생 기업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채무 유예나 출자전환 등으로 기업을 살릴 수 있지만, 강제 조항이 없어 자금지원에 동의하지 않은 채권단은 무임승차를 할 수 있다.
반면 법정관리는 모든 채권자의 빚을 강제로 정리할 수 있지만, 추가로 투자받기가 어렵다.
P플랜은 사전에 신규 자금 지원안을 마련한 뒤 법정관리에 들어가 채무조정과 함께 신규 자금지원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기존에 수주했던 계약이 취소 당하는 등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또 최후의 구조조정 방법이기 때문에 미리 부실기업을 찾아서 관리한다는 상시 구조조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컨트롤타워도 바뀔 수 있다.
지난 정부에서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는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였다.
하지만 지난해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을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부처 간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미숙한 대응이 연이어 노출됐다.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새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컨트롤타워를 어떻게 구성하고 작동시킬 것이냐는 큰 그림을 먼저 그려야 한다"라며 컨트롤타워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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