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전기연 기자 = "가스를 마시면 기분이 끝내줘요" "구름 위에 뜬 느낌이 든다"
풍선 안에 있는 가스를 마시면 웃음이 나온다해서 일명 '해피풍선' '마약풍선' '웃음 가스'로 불리는 '해피벌룬(Happy Balloon)'이 유흥가는 물론 대학 축제에까지 등장했다. 해피벌룬을 접한 이들은 '가스를 마시면 정신이 몽롱해져 웃음이 나오고 술 취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스 성분인 아산화질소(N20)는 의료용 말고도 휘핑크림을 제조하는데 사용되는 휘핑기에도 사용돼 일반인도 시중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순간의 호기심에 해피벌룬을 접했다가 목숨까지 잃는 수가 있다. 지난 4월 13일 수원시의 한 호텔 객실에서 20대 남성이 사용한 흔적이 있는 캡슐 형태의 아산화질소와 함께 숨진 채 발견돼 '해피벌룬' 위험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남성의 사망 원인을 '미상'으로 결론 내면서도 "아산화질소 과다 흡입으로 인한 사망 여부도 배제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인터넷에서 '해피벌룬'을 검색하면 '술집 XXX 해피벌룬 꿀잼' '해피벌룬 가능한 강남 XXX' 등 수많은 홍보글이 올라와있다. 특히 일부 술집들은 '해피벌룬 판매점. 해피벌룬은 외국에서 인기중인 파티용 환각제입니다. 무색무취의 아산화질소로 만들어졌으며, 마시면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행복감 등이 느껴져 웃음가스라고 불립니다'라는 친절한(?) 안내문까지 붙여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또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에는 온라인, 술집 등을 통해 산 해피벌룬을 흡입하는 모습과 캡슐 형태의 아산화질소, 풍선 등을 준비한 인증샷까지 거리낌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미 해피벌룬을 접한 한 20대는 '약쟁이들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가는구나'라며 이미 중독을 의심케하는 글까지 써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 호흡곤란 등 부작용 심지어 사망까지
흡입하면 안면이 웃는 것 같아 소기(笑氣:웃음 가스)로 불리는 아산화질소는 상쾌하고 달콤한 냄새와 맛을 가진 무색 기체다. '잔 다르크'를 쓴 영국 시인이자 작가인 로버트 사우디는 이 가스에 대해 "천국의 공기는 이처럼 경이로울 것이 분명하다-진정한 환희의 기체"라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의사들은 "해피벌룬 가스를 과도하게 흡입하면 호흡곤란, 일시적 기억상실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심하면 질식사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2012년 할리우드 스타 데미 무어가 아산화질소 흡입에 따른 중독으로 응급실을 찾았다는 영국 데일리메일의 기사가 나오는 등 2006~2012년 사이 영국에서만 17명이 목숨을 잃어 사용에 주의가 필요한 기체다.
◆ 외국은 이미 '위험물질'로 규정
국내에서 식품첨가물로 구분돼있는 아산화질소는 '중독성이 없다'는 이유로 마약류나 유해화학물질로 지정되지 않아 '합법적인 마약'이라고 불리고 있다. 사실상 단속·처벌이 불가능하고 가격까지 싸 20대는 물론 10대들까지 인터넷에서 구해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규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영국은 지난해 5월부터 허가된 용도 외 사용을 막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개인적인 사용을 금지하고 의료용으로만 사용하도록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아산화질소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환경부는 7일 "아산화질소의 오남영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환각물질로 지정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며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중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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