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로 간 한국 간호여성들의 삶…'국경을 넘어, 경계를 넘어'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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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기자
입력 2017-07-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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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는 9월 3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서 개최…1960~1970년대 파독 간호사들의 삶 조명

체류권을 위해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파독 간호사들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제공]


박상훈 기자 =1960~1970년대 독일로 이주한 한국 간호여성들의 삶을 다룬 전시가 열린다.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송인호)은 오는 9월 3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국경을 넘어, 경계를 넘어'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경제개발정책, 애국심 등에 주목해온 그간의 전시와 달리, 분단국가의 수도 서울을 떠나 또 다른 분단국가인 독일, 특히 장벽으로 단절된 서베를린에서 활동한 한인 간호 여성들의 정치·문화적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전시는 △1부 '경계를 넘어선 여성들' △2부 '이주와 소통의 길-베를린에서의 삶' △3부 '남은 이들과 돌아온 이들' △4부 '상호문화사회의 여성들' 등 총 4부로 구성됐다.
 

서독 공항에 도착하는 간호여성들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제공]


1부에서는 1960~1970년대 한국과 독일이 각각 노동력을 송출하고 유입하게 된 배경, 젊은 간호 여성들이 독일행을 선택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을 관련 유물과 함께 소개한다. 컨테이너 박스로 구성된 공간에서 들리는 기내 영상과 음성이 당시 인력수출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이어 2부는 동서장벽으로 분단됐던 서베를린에서 한국 간호여성들이 겪었던 경험을 '이주-국경의 경계를 넘어, 젠더-여성의 경계를 넘어, 분단-이념의 경계'라는 구성의 아카이브 전시를 선보인다. 40여년 전 독일에서 치러진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가족들이 정성들여 마련해 보냈던 결혼식 한복, 부모님의 애정 어린 편지, 1977년 강제 송환에 반대해 벌였던 서명운동 관련 자료 등이 눈길을 끈다.

떠난 사람이 있으면, 남은 이들과 돌아온 이들이 있는 법. 3부에서는 처음 3년간의 계약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이들의 모습과 독일 사회에 정착해 독일 교민 1세대를 형성한 한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작가들의 영상·사진을 통해 전시한다. 간호여성 4명이 부른 한국 노래, 그리고 독일에서 생을 마감한 이들의 묘지에서 들리는 가족과 지인들의 목소리는 무척 인상적이다. 이 밖에 전시장에서는 2세들이 보는 어머니의 모습과 그들이 느끼는 한국과 독일에 대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손때 묻은 한독사전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제공]


마지막 4부에서는 당시 독일의 손님노동자(Gastarbeiter)로 이주했던 한국 여성들이 독일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베를린시의 '상호문화사회' 정책 속에서 진정한 다문화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소개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50여년 전 서독 사회로 이주했던 한국 여성노동자들의 경험을 통해 남과 북의 이념적 갈등, 1990년대 이후 급증한 외국 이주민들과의 관계 등 한국현대사를 반추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열린 개막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스테판 아우어 독일대사, 김영희 전 주세르비아대사, 유홍준 박물관 운영자문위원장, 재독한국여성모임 대표단, 문화계, 외교사절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전시는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토·일·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관련 자세한 사항은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www.museum.seoul.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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