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자 발급에 일정 제한을 둠으로써 합법 이민 정책을 손질하는 법안을 공식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간 불법 이민자 줄이기에 집중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합법 이민까지 손보겠다는 것이어서 뜨거운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CNN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가 보유한 기술이나 성과에 입각해 비자를 발급하는 법안에 공식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연설을 통해 이 법안은 “미국의 가난을 줄이고 임금을 높이고 납세자들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아끼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과 톰 코튼 상원의원이 만든 이 법안의 요지는 영어가 유창하고 교육 수준이 높고 전문 기술이 있는 이민 신청자를 우대함으로써 미국에 사는 가족을 찾아오는 이들에 대한 영주권 발급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이민 제도는 미국에 먼저 정착한 가족을 둔 나머지 가족 구성원들에게 영주권 우선순위를 두었는데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 이민 정책의 노선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그밖에도 새 법안에는 난민 입국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다양성 차원에서 이민자 비율이 낮은 국가에 비자를 배정하던 정책을 폐기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연간 미국의 영주권 발급건수는 작년 약 100만 건에서 10년 안에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안을 찬성하는 측은 현행 이민제도가 너무 많은 미숙련 저임금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발급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미국인 저소득층으로 하여금 심각한 일자리 경쟁에 몰리게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40년 동안 물가상승률을 적용한 저숙련 미국인의 임금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운동 당시부터 자신의 강한 지지층인 저소득 백인 남성들의 일자리 보호를 약속했다. 당선 직후 불법 이민자 추방이나 난민의 입국 제한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합법 이민자도 제한해야 한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의 의회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외신들은 일제히 지적했다. 코넬 로스쿨의 스티븐 예일로어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즈(FT)에 “의회를 통과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며 “이민 문제는 건강보험이나 세제 개혁만큼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미 미국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1호 국정과제인 오바마케어 폐지 및 건강보험 개혁에도 애를 먹고 있다. 내달에는 연방 부채 상한 증액을 위한 법안 처리를 앞두고 있고 미국의 세재 및 예산에 대한 광범위한 개정도 의회의 과제로 쌓여있다. 따라서 2018년 총선 전까지 이민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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