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기업으로는 처음 미국 증시에 상장하겠습니다."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하는 디딤 이범택 대표는 7일 아주경제와 만나 궁극적인 목표를 이렇게 밝혔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얌브랜드'는 치킨, 피자, 해산물, 멕시코 음식 등 패스트푸드 음식점을 운영하는 외식업체다. 이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브랜드는 피자헛·타코벨 등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이 회사는 2009년 미국에서만 1400개가 넘는 매장을 여는 등 급속한 성장을 이뤄내자 해외시장으로도 눈을 돌렸다. 현재 110개 국가에 이 회사 브랜드가 진출해 있으며, 보유하고 있는 패스트푸드점만 3만8000개에 달한다.
외식전문기업 디딤도 기업공개(IPO)로 그 첫발을 내딛는다. 이범택 대표는 "국내에서는 외식업체 가운데 세 번째로 상장하는 회사가 됐다"며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회사로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장이 목표가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디딤은 상장을 하면서까지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었다.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했고 자체적으로 비즈니스 모델도 구축한 상태였다. 영업이익은 2014년 18억원, 2015년 24억원, 2016년 55억원을 기록하면서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지난해 당기 순이익만 4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06년 10월 설립된 디딤은 직영사업 식당과 프랜차이즈 가맹사업, 도소매 유통업을 영위하고 있다. 디딤이 현재 운영 중인 직영 브랜드로는 한정식집 백제원, 일식 코스요리 도쿄하나, 이탈리안 비스트로 펍 풀사이드228, 제주돼지 전문점 한라담 등이 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로는 마포갈매기, 고급 포차 미술관, 생선조림 전문점 고래식당, 감자탕 전문점 고래감자탕 등이다.
이제 판을 키울 때라고 판단했다.
이범택 대표는 "회사를 키우는 데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상장을 하지 않아도 사업을 영위하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이 회사를 키울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했고 자금을 공급받아 규모를 더 확장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 배경에는 사업의 영속성이 낮은 프랜차이즈사업의 특성이 작용했다. 마포갈매기 등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급격한 성장을 일궈냈지만, 한계를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범택 대표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자본이 없이도 점주들이 매출을 일으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라며 "하지만 단점은 점주가 돌아서면 회사를 접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게를 운영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시기가 찾아올 수 있는데 자칫 회사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직영점 사업으로 눈을 돌린 이유다.
이범택 대표는 "마포갈매기는 장수하고 있지만 주변에 보면 고기만 팔면서 10년 이상 영업을 유지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런 이유로 내 의지에 따라 가게를 끝까지 운영할 수 있는 직영점 사업을 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미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업부문별 영업이익 비중을 보면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백제원 등 직영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84%를 기록하는 등 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디딤의 사업 모델은 하나의 건물에 디딤 브랜드들을 입점시키는 단독 매장 형태다. 이런 형태의 대형 직영매장이 서울 강서구 등촌동, 인천 송도에 위치해 있다. 판교에도 이런 푸드타운 형태의 단독매장을 지을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직영점은 백제원(4곳), 도쿄하나(6곳), 한라담(3곳), 풀사이드228(2곳), 오백년장어(1곳) 등 16곳을 운영하고 있다. 디딤은 올해 최대 8개의 직영식당을 더 열 예정이다.
해외 시장도 뛰어들고 들고 있다. 2021년까지 14개 국가에 108개 매장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미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홍콩 등 해외 7개국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시장은 미국이다.
이범택 디딤 대표는 "미국 외식시장은 규모도 크고 성장 가능성도 높다"며 "회계 부분도 투명해 미국에 집중적으로 직영점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코리아타운을 가면 한국인이 대부분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우리 매장을 보면 전체의 80%를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을 사로잡기 위해 늘 고민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범택 대표는 "고기는 전 세계인들이 먹기 때문에 문턱이 낮으면서도 차별화하기 어렵다"며 "코리안 바비큐의 경우 직접 구워먹을 수 있다는 것에 외국인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만을 타깃으로 삼아서는 한계가 있고, 외국인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음식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디딤은 미국에서 운영 중인 5개 매장 영업을 안정화시키는 동시에 펀딩을 통해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서 한식을 대표하는 1등 외식전문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디딤은 오는 31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1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한화ACPC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과의 합병이 승인돼 코스닥에 입성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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