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성 경찰청장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앞에서 열린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스쿨존 교통사고 제로 캠페인'에 참석해 학생들과 함께 '옐로 카펫'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해 강인철 당시 광주지방경찰청장(현 중앙경찰학교장)에게 촛불집회 관련 SNS 홍보글을 삭제하도록 종용했다는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경찰 최고위급 간부들 사이에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다.
앞서 경찰 내부에서 이 사건을 시인하는 증언이 나온 가운데, 사건 당사자인 강 전 청장도 이날 이 청장으로부터 직접적인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강 전 청장은 7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 청장이 당시 내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면서 증언이 사실임을 주장했다. 그는 이 청장이 홍보글을 삭제하라는 취지로 자신을 질책하는 과정에서 “'당신 말이야', '민주화의 성지에서 일하니 좋냐', '촛불(집회) 한다고 우리 정권이 무너지냐'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글은 '광주 10만 시국촛불' 집회를 하루 앞둔 지난해 11월18일 광주경찰청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왔다. '광주 시민의 안전, 광주경찰이 지켜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집회 당일 교통통제를 안내하고 질서 유지를 당부하는 내용이 담겼다. 글 말미에는 광주 지역을 '민주화의 성지'라고 지칭하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줘 감사하다'는 문구가 있었다.
광주경찰 홍보 담당 직원이 작성한 이 글은 인터넷상에서 주목을 받으며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이튿날 오후 삭제됐다. 고위급 회의를 통해 이 글을 접한 이 청장이 분노를 표출했기 때문이라는 게 경찰내부 증언과 강 전 청장의 설명이다. 해당 글에 대해 잘 몰랐던 강 전 청장은 이 청장과의 통화 후 일부 직원들과 대책회의를 거쳐 글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 전 청장은 "이 청장과의 해당 통화 기록이 남아있거나 내용을 녹취하지는 않았지만, 사건 당시 한 지역 일간지에서 이 청장의 SNS 홍보글 삭제 지시 의혹을 보도했다"며 "이 보도가 자신의 증언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철성 경찰청장 측은 이날 "언론 보도와 사실관계가 다른 점이 있다"면서 사건을 부인했다. 또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경찰청 역시 두 사람 간에 통화는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강 전 청장은 사건 이후 같은 달 경기 남부 지방경찰청 1차장으로 인사발령이 났다. 이후 올해 1월부터는 경찰중앙학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최근 교비 편법 운용 등의 의혹으로 감찰 조사를 받고, 중앙징계위원회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SNS 홍보글 사건에 따른 인사 보복과 표적 감찰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강 전 청장은 자신이 이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기는 부적절하다면서도 "경찰권을 남용한 이 청장이 경찰 개혁을 집행할 자격이 있는 인물인지 의문이 든다"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치권에서도 이 청장에게 의혹 해명을 요구했다. 이날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시민 안전을 위한 광주지방경찰청 SNS 글에 분노를 표한 경찰청장의 이중적인 태도에, 과연 경찰 개혁을 향한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국민은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시 자신의 행위와 경찰 개혁에 대한 소신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히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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