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삼성측은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무죄를 주장해 온 터라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 부회장의 재판을 보기 위해 법원을 찾았던 삼성 임직원들은 "참담하다"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지난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433억원의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 등으로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바 있다. 당시 삼성은 예상보다 높은 구형이 나왔지만 1심 선고에서는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법원은 이 부회장은 물론 '삼성 미래전략실 투톱'이었던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도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와관련, 재계에서는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기업들이 정치인들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안전망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 탓만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견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대통령 등 국가권력의 요구를 무시한체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삼성이 여론에 몰려 재벌 적폐 청산의 희생양이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독 한국에서만 삼성, SK 등 글로벌 기업들이 부정한 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러야 하는지 문제의 본질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사상 최대의 위기에 몰린 삼성은 창사 이래 세계 어느 곳에서도 뇌물 등을 이유로 현지 정부로부터 곤욕을 치른 적이 없다”며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지원한 SK, 롯데 등 여타 대기업도 마찬가지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기업인들을 탓하기 전에 왜 유독 한국에서만 이런 일들이 아직도 발생할까 라는 물음을 먼저 던져봐야 한다”며 “기업들이 정권 실세의 말을 거절할 수 없는 이유와 배경이 무엇인지도 따져 현재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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