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률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지난 25일 교수 연구실에서 가진 아주차이나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중국 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중국 북경대학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평생을 중국 연구에 몸바쳐 온 학계에서 인정받는 중국 전문가다.
이 교수는 “전문가는 어디에서 공부를 했느냐 하는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오랫동안 집중해서 열정을 가지고 연구했느냐에 달렸다”며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에는 오랫동안 중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분들이 정책 입안하는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 전문가들이 적재적소에 잘 활용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전문가는 오랜 세월 지속적으로 기반연구를 수행하신 분들입니다. 연구는 눈이 쌓이듯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입니다. 차곡차곡 쌓일 때 안목이 생기고 혜안이 생깁니다. 정부 차원에서 중국 전문가를 육성하려는 긴 안목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정책 수요나 프로젝트 수행 등 단기 활용에 그치는 경향이 큰 것 같습니다.”
이 교수는 중국 전문가 육성을 방해하는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나는 단기적인 활용으로 인한 소진 상태를 의미하는 ‘번 아웃(Burn out) 증후군’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전문가가 키워질 수 없는 매커니즘이다.
“출세하고 싶은 똑똑한 사람이라면 현재 시스템에서는 중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외교부의 경우 출세하려면 미국통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중국 전문가의 길을 걸으면 국장 자리에 오르기도 쉽지 않습니다.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이 이런데 누가 중국통이 되려고 노력하겠습니까?”
이 교수는 이런 분위를 제대로 반영한 것이 최근 외교부 한 해외공관장이 내부 전산망에 올린 글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공관장은 “한중 수교 25주년 동안 동북아국장 자리는 중국 전문가 2명이 보임했을 뿐”이라며 외교부 내 동북아국장의 중국통 홀대 현상을 꼬집었다.
이 교수는 “동북아국에는 일본과와 중국과가 있다”며 “공관장의 글은 지난 25년 동안 동북아국장 자리를 일본통이 대부분 차지할 정도로 편중됐다는 사실에 대한 불만 토로였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왜 중국 전문가를 키울 생각을 하지 않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교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대답했다. 하나는 ‘중국에 대한 선입견’이었고, 다른 하나는 ‘한미동맹 우선주의’였다.
“하나는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한마디로 쉽게 보는 겁니다. ‘굳이 전문가가 돼야 할 필요가 있나?’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저는 이것을 ‘이웃 신드롬’이라고 부릅니다. 곁에 가까이 있고, 역사도 알고, 얼굴도 비슷하게 생겼고, 1~2년 살아보니 ‘중국을 알겠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자칭 중국 전문가’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미국과의 동맹을 모든 외교의 최우선순위, 최고 가치로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리를 채울 때 미국통을 먼저 채우고, 그들이 중국을 다루도록 하는 겁니다. 이게 60년 한미동맹의 관성인 셈이죠.”
이 교수는 “중국통이 있었더라면, 중국이 무엇을 민감하게 생각하는지를 파악해 설득하고 배려했으면 사드 정국도 조금은 다르게 풀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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