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문가들이 나서서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배려하는 노력을 세밀하게 기울였더라면 지금과 같은 사드 정국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중국 철수를 결정한 ‘롯데’ 문제도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을 수도 있다.
“중국도 사드 보복이 자국에 이익이 아니라고 느낀다.” 최악의 한중 갈등기에 대중(對中) 외교 최전선에 섰다가 만 30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지난 27일 귀국한 김장수 전 주중대사의 말이다. 처음부터 잘 설득했다면 사드를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중국통의 부재’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한중 수교 25주년이 됐다. 짧지 않은 세월동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중국에서 공부를 했는데도 왜 중국통이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일까. 정말 없는 것일까. 아니면 있어도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중요한 것은 고위 정책 결정자나 참모 중에 중국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온통 미국통 일색이다.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관계있는 부처 장관들은 모두 석사와 박사 학위를 미국에서 받았다. 각 부처의 1차관과 2차관들도 대부분 미국통이다. 석사와 박사는커녕 중국 대학을 나온 사람조차 한 사람도 없다. 청와대 국가안보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중대사로 내정된 노영민 전 의원도 중국통이 아니다. 외교가에서 “중국 전문가가 실종됐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 부처를 비롯한 많은 싱크탱크(Think Tank·두뇌 집단)에 미국통만 보이고 중국통이 잘 보이지 않는 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국우선주의’가 인식 속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출세하고 싶으면 미국에서 공부하고 미국 사람들과 인맥을 쌓아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탓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중국 홀대 현상’인 셈이다.
이 은근한 ‘중국 홀대 현상’이 국가적인 인력관리 시스템 결함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중국은 ‘G2’로 불릴 정도로 강대국이 됐다. 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수출 비중이 미국에 세 배에 달한다. 중국 때문에 먹고 살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고위직에는 중국통을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중국파’ 숫자가 적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지난해 재중 한국 유학생 숫자는 7만 명을 넘었다. 중국 교육부가 발표한 ‘2016 중국 유학생 빅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205개국 출신의 재중 외국인 유학생 44만 명 중 한국인이 7만540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비중은 17.1%에 달했다.
2위 미국(2만3838명) 보다 세 배나 많다. 태국 2만3044명, 인도 1만8717명, 파키스탄 1만8626명이 3~5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 중국에서는 한국의 잠재적 중국 전문가들이 자라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국가차원에서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현재 유학 중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난 25년간 중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도 없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각자의 목소리를 내며 각자도생(各自圖生)하고 있다.
‘자칭 전문가’들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중국에서의 짧은 생활과 좁은 인맥으로 마치 중국을 다 아는 듯이 행세하는 사람들이다.
한국에 중국통이 없는 이유는 이처럼 복합적이다. 인식전환을 통한 중국 전문가 육성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중국에서 공부한 인력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미국을 버려서도 안 되지만 더 이상 중국을 홀대해서는 안 된다. 미국통이 중국정책을 결정하는 시스템은 이제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 중국이 세계 변화의 중심에 우뚝 서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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