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벤처기업의 원할한 자금조달을 위해 등장한 중국판 나스닥, 차스닥으로 불리는 창업판(創業板)이 30일 8살 생일을 맞았다. 지난 8년간 상장사가 급증하고 시장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면서 창업판이 스타트업 성장의 지원군으로 자리잡았다고 봉황망(鳳凰網)이 31일 보도했다. 지난 8년간 폭등과 폭락을 겪고 거품 논란 등에도 휩싸이며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고 덧붙였다.
◇ 상장사 늘고, 매출 오르고
지난 2009년 10월 30일 정식 출범한 창업판의 시작은 미약했다. 중국 대표 CDN(콘텐츠 전송 네트워크)전문업체인 왕쑤커지(網宿科技·차이나넷센터), 영화사인 화이브라더스(華宜兄第) 등 상장사는 28곳이 전부였다. 하지만 8년 뒤인 2017년 10월 27일 창업판 상장사는 무려 690곳으로 늘었다. 이는 중국 A주 상장사 수의 5분의 1에 달하는 수준이다.
2010~2017년 창업판 상장사 수는 각각 117곳, 128곳, 74곳, 0곳, 51곳, 86곳, 78곳, 120곳으로 연평균 86개 기업이 창업판에 안착했다. 나흘에 한 번씩 기업공개(IPO)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상장사가 증가하고 돈이 몰리면서 시가총액도 빠르게 불었다. 27일 기준 창업판 시총은 5조5000억 위안(약 930조원)으로 이는 코스닥 시총(27일 기준 238조5000억원)의 4배에 육박하고 중국 A주 시총의 9.5%에 달하는 수준이다.
상장사 매출도 가파른 증기곡선을 그렸다. 선전증권거래소가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창업판 상장사의 평균 매출은 지난 2009년 3억500만 위안(약 515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12억9600만 위안으로, 평균 순익은 2009년 5800만 위안(약 98억원)에서 지난해 1억5000만 위안으로 3배 수준이 됐다. 지난해 실적 기준 매출 30억 위안 이상 상장사가 41곳, 순익 5억 위안 상장사는 33곳이다.
◇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 창업판
지난 8년간 창업판은 상상 이상의 급등락을 거듭하며 투자자와 시장을 긴장하게 했다. 최근에는 당국이 단속을 강화하고 상장사 퇴출제에 시동을 걸었다.
2010년 11월~2012년 12월 창업판은 등장 1년 만에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1221포인트에서 최저 585까지 떨어지며 낙폭은 52%에 달했다. 당시 중국 A주 역시 베어마켓 상태였고 창업판 실적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가 커진 것이 주가 급락을 이끌었다.
하지만 살아났다. 2013년 1월에서 2015년 6월까지 창업판은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었다. 주가는 최고 4027.96로 치솟았고 '선촹반'(神創板·신이 창조한 시장)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2015년에는 1년동안 어지러울 정도의 급등락을 보였다. 상반기 174% 폭등한 뒤 그 해 6월 15일~7월 8일 한 달도 안되는 시간만에 41% 폭락했다. 신의 시장은 순식간에 투자자의 비명이 난무하는 '도살장'이 됐다고 봉황망은 설명했다.
어지러운 장세에 당국도 칼을 빼들었다. 계기가 된 것은 완푸성커(萬福生科)의 실적 조작이었다. 2012년 완커성커는 증감회의 조사를 받았고 이후 공시를 통해 "2008~2011년 재무상황을 날조했고 순익은 90% 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이 있은 후 얼마되지 않아 선전증권거래소는 '창업판 상장사 규정'을 공개하고 퇴출제 실시를 선언했다.
하지만 실제로 퇴출 소식은 없었다. 올 6월에야 신타이전기(欣泰電氣)가 창업판 최초로 내부거래·주가조작 등 '사기행위'로 이유로 상장폐지됐다. 시장 건전성 제고를 위한 노력은 이제 시작 단계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나스닥의 경우 매년 상장사 중 8%가 퇴출되지만 창업판은 690곳 상장사 중 단 한 곳만 상장폐지됐다.
◇ '하이테크', 여전히 창업판의 '키워드'
창업판 상장사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대다수가 하이테크 기업으로 확인됐다.
8년 전 28곳 상장사는 정보통신(IT), 현대서비스, 바이오·의약, 환경보호, 신소재, 신에너지 관련 기업이었고 특히 IT와 현대서비스업 비중이 68%에 육박했다.
8년 후에도 여전히 '하이테크'가 강세다. 27일 기준 690곳 상장사 중 638곳이 하이테크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의적 개념의 하이테크 기업이라는 의미다. 컴퓨터 응용 기술을 갖춘 기업이 87곳, 신에너지 상장사가 28곳, 바이오·의약 기업이 80곳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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