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분당 사태가 일어나면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호남권 중진들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도통합론'을 내세워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주도한 안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정책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당내에서는 호남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속출하고 있어 안 대표의 사퇴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안철수계와 호남파가 충돌하자 바른정당에 이어 국민의당도 쪼개질 수 있다는 연쇄 분당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독일·이스라엘에서 3박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7일 귀국에 앞서 안 대표는 현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책임론이 당내에서 들끓고 있는 데 대해 "모든 투덜거림에 답할 필요는 없다"고 일축했다.
또 바른정당의 분열이 일정 부분 예견된 상황이었던 만큼 정책연대는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안 대표는 "지금까지 정치를 해오면서 나름대로 결심하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관철해 결과를 만들어냈고, 그런 게 정치"라며 "결과적으로 당 대표가 책임과 권한을 갖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 아니냐"라고 반문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당 대표 사퇴론 등 내홍 대처 방안에 대해서 그는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여러 가지 돌파력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당이 위기 상황이고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내년 지방선거를 제대로 잘 치르라고 두 달 전에 (나를 당 대표로) 뽑아준 당원들에게 제대로 응답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그런 일을 열심히 해나가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에 그동안 안철수계와 이념적 차이를 보여왔던 호남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터져나왔다.
호남 3선으로 대표적인 호남파 인사인 유성엽 의원은 안 대표의 리더십과 바른정당과의 통합 파문 책임을 물으며 갈등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 6일 오전 유 의원은 국민의당 의원 간 소통 창구인 바이버 단체톡방을 통해 바른정당과의 통합 움직임으로 논란을 빚었다며 안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유 의원은 "(안 대표가) 국정감사 와중에 지역위원장 일괄 사퇴, 분열 등을 앞두고 있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거론했다가 당내 분란만 야기해 놓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슬그머니 덮어버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당의 미래를 위해 결단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스라엘에서 유 의원의 글을 확인한 안 대표도 곧장 페이스북에 '불편하면 나가라'는 식으로 응수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안 대표는 "민주당 들러리 서는 역할 하다가 소멸되라고 요구하는 건 호남 민주당 지지자들의 희망"이라면서 "끝까지 같이 못할 분이 있더라도 가겠다"는 등의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같은 안 대표의 발언에 유 의원도 "지도부가 고작 한다는 것이 당내 중진의원에게 '나가라'고 막말을 해대고 있을 뿐"이라면서 "'하는 꼴이 딱 초딩(초등학생) 수준'이라는 비난을 자초할 것이라는 게 국민적 인식이 아닐까"라고 꼬집으며 한 치의 물러섬이 없는 설전을 펼쳤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하나의 계기일 뿐 그동안 안철수계와 호남권 의원들 사이에 묵혀 있던 갈등이 폭발했다는 게 대부분의 여론이다.
당내에서는 안 대표 탄핵 사안도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으며, 탄핵을 위한 징계 신청서를 쓰자는 공개 제안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안 대표가 지난 4일 독일 방문 중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작업을 겨냥해 '이전 정권을 때려잡느라고 정신이 없다', '복수 정치한다'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어 안 대표의 당내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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