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부문 인수에 이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세계 1, 2위 인텔과 삼성전자가 그동안 추진해 온 비주력 분야에 대한 투자가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최근 퀄컴에 주당 80달러, 약 1200억 달러(약 134조원) 규모의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세계 IT(정보기술)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앞서 퀄컴 이사회는 브로드컴이 종전에 제시한 1050억 달러(약 114조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메모리반도체의 호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세계 반도체 시장 1, 3위로 올려놓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매출이 656억 달러를 달성하며 24년 왕좌를 지킨 인텔을 제치고 사상 첫 세계 1위(시장 점유율 15.0%)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인텔의 연간 매출액 추정치 610억 달러보다 46억 달러 더 많은 것이다.
2015년 연간 매출 기준으로 세계 3위에 올랐던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퀄컴과 브로드컴에 밀려 5위까지 밀려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3위 자리를 되찾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브로드컴의 반란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 지형은 내년에 또다시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브로드컴과 퀄컴은 Wi-Fi와 블루투스용 반도체의 최대 공급업체로,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약 60%에 달한다. GPS(위치측정시스템)용 반도체 시장에서의 점유율 역시 52%에 이른다. 양사가 합쳐지면 삼성전자와 인텔에 이은 세계 3위(연간 매출액 기준)의 반도체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인텔, SK하이닉스 등도 자신들의 지위를 호락호락 내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각각 자신의 비주력 분야인 비메모리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과가 나온다. SK하이닉스도 지난 10월 도시바 반도체 부문의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협력을 통한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세계 1, 2위의 비주력 부문에서의 경쟁, 3~5위권의 선두 추격, 중국 등 후발업체의 양산 체제 구축 등으로 시장 지형이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자본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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