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개 회원국의 국제 범죄 재판을 담당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총회의 차기 의장 자리에 권오곤 전 유고전범재판소(ICTY) 부소장이 오르게 됐다.
외교부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제16차 ICC 당사국총회'에서 권 전 부소장이 3년 임기의 차기 당사국총회 의장으로 공식 선출됐다"고 밝혔다. 권 전 부소장은 당사국총회 종료 직후, 오는 14일부터 의장직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ICC는 가장 중대한 국제 범죄(집단살해죄,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침략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한 최초이자 유일한 상설 국제재판소로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해당한다. 재판소 운영 감독, 예산 결정, 로마규정·소송규칙의 개정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권 전 부소장은 공식 선출 후 연설에서 "내년으로 로마규정 채택 20년이 되지만 아직도 대규모 인권유린 사태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불처벌의 종식'이라는 목표도 요원하다"면서 "국제사회의 해결 의지를 모으는 통로가 되어 ICC를 지지·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재판소의 공정성을 보장하면서 ICC에 불만을 가진 국가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면서 "재판소-국가 간 협력 증진에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전 부소장은 송상현 전 재판소장, 정창호 재판관에 이어 세 번째로 ICC 주요 직에 오른 우리나라 인사다. 권 전 부소장은 국내에서 22년, ICTY에서 2001∼2016년 재판관으로 재직한 형사법 분야 최고 전문가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백진현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소장과 이병현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의장이 선출된 데에 이어 권 전 부소장도 ICC 주요 직을 맡게 됐다. 다자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당국자는 "이번 당사국총회 의장 선출은 국제형사분야에서 우리의 외교 지평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우리 정부도 국제형사정의 실현과 보편적 인권 보호‧확대에 더욱 기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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