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담판'으로 주목받았던 6·12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미국 주요매체인 뉴욕타임스(NYT)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놀아났다"며 혹평을 내놓았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Nicholas Kristof) 미국 NYT 칼럼니스트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공동선언문을 두고 "김 위원장은 단지 1992년부터 북한이 누차 약속했던 비핵화 선언을 재승인한 것에 불과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놀아난 꼴"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줄곧 강조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CVID)가 공동선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확실한 체제보장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언급했다"면서 "이번 회담의 승자는 두말할 것 없이 바로 김 위원장"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프는 공동 합의문에 비핵화 시기와 검증 방법 등 구체적 사항이 결여됐다고 지적하며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완성시켜 미국으로부터 정상국가로 대접받는 큰 목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회담을 계기로 대북제재가 한결 느슨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에 보인 태도가 상대적으로 저자세였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은 매우 똑똑하고 자국 인민을 사랑하는 지도자"라고 말한 점을 언급하며 "미국 대통령이 독재자의 대변인을 자처했다"고 비난했다.
공동선언문을 살펴보면 과거 김정일과 김일성이 미국과 협상했던 합의와 다른 점을 못 찾겠다면서 "항상 협상에 자신만만했던 트럼프가 이번에 수확한 결과는 추상적 목표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6자 회담을 통해 발표한 9·19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모든 핵을 포기하되 북·미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역사적 합의를 발표한 바 있다.
반면 이번 회담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12일 '시작이 절반이다'라는 한국의 속담을 인용하며 "많은 사람들이 공동선언문에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지만, 두 정상 간의 만남은 한반도에 드리워졌던 전쟁의 위협을 걷어낸 큰 진전"이라고 치켜세웠다.
빅터 차는 "올해로 34살인 김정은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먼저 회담장에 도착해 기다린 점이 인상 깊었다"며 "이후 진행된 회담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지속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동선언문만 놓고 실패한 회담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면서 "역사적인 만남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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