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에만 단골이 있는 게 아닙니다. 온라인도 단골이 있을 수 있어요.”
이태신 인터파크 쇼핑부문 대표는 최근 경쟁이 치열한 온라인 마켓에 대한 돌파 전략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지난달 20일 인터파크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가격경쟁에 치우친 오픈마켓 시장에서는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인터파크가 갖는 규모의 한계도 있지만 차별화된 서비스 없이는 결국 업계 전체가 공멸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온라인 마켓 전체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이 대표는 가격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그는 전자상거래에서도 다양한 서비스 혁신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IT업계에서 경력을 쌓아온 이 대표는 근시안적인 유통마진보다는 고객만족이라는 본질에 더 집중했다.
◆온라인 커머스 춘추전국시대··· 인터파크는 ‘서비스’로 승부
인터파크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할아버지쯤으로 인식된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이 분야를 개척한 업체가 인터파크다. 이미 전 국민 모두가 인터파크를 알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도 높다. 다만 최근의 치열해진 시장상황에서 인터파크는 경쟁사와는 다른 포지션을 가져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항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유통거인들도 잇따라 온라인에 발을 들이며 출혈경쟁이 극에 달했다.
하지만 인터파크는 이들과 같은 노선을 걷지 않았다. 자신들이 강점이 있는 부분은 카테고리로 나눠 더 경쟁력을 키우고, 타 업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에서는 더욱 질 높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사회의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소득수준이 늘어나자 도서, 여행, 티켓 등 문화 관련 카테고리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커머스의 핵심요소로 가격, 상품, 서비스 3가지를 본다”며 “다른 업체들은 가격에 치중돼 있고 무조건 저렴하면 좋다고 인식하지만 3가지 가치를 균형있게 가져가는 것이 인터파크의 차별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오픈마켓이라고 그냥 열어만 두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원하는 부분의 차별화된 상품을 탐색하고, 서비스도 고객의 관점에서 편리함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뜨는 시장을 공략하라··· ‘반려동물’과 ‘역직구’
이 대표는 인터파크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반려동물 시장을 언급했다. 최근 1인 가구의 증가에 힘입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관련 상품은 늘어나지만 반려동물 시장에 맞춤형 서비스는 부족하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인터파크는 반려동물과 반려인들의 생활에 밀착된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별도의 앱까지 만들었다.
이 대표는 “단순히 반려동물이 소비할 만한 상품을 유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고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고려해서 개발에 나섰다”며 “저희가 개발한 앱에는 반려동물의 생일과 이름을 등록해 그 연령에 맞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의 닉네임과 생일을 등록해두면 그 이름대로 사람처럼 특정일에 할인쿠폰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커지는 해외시장도 이 대표가 눈여겨보는 블루오션이다.
해외는 이 대표가 대표 직함을 갖기 이전부터 준비했다. 정확히는 지금부터 약 5년 전이다. 이 대표는 해외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를 해봤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직구, 또 다른 하나는 역직구다. 주로 공략했던 시장은 중국이었다.
이 대표는 “중국에 상해법인을 만들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며 “K-팝이 유행한 시점에는 공연티켓도 차별화해 판매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사업이 장밋빛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수출하기 위한 까다로운 조항도 많았고, 특히 사드사태가 터지면서 타격을 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해외 온라인시장에서는 수출보다는 수입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미국과 유럽 등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실험해 봤지만, 최근에는 상해법인이 있는 중국지역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중국에는 과거에 수출만 했는데 최근에는 중국상품의 수준이 높아져서 가전제품 등의 상품을 많이 수입하고 있다”며 “특정 이벤트가 있는 날이면 예전에 한 달 동안 팔릴 물건이 하루 만에 동나기도 한다”고 변한 시장상황을 말했다.
◆챗봇으로 부족, 사람수준의 '톡집사' 개발
최근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앞다투어 도입하는 자동 채팅로봇인 일명 ‘챗봇’도 실은 인터파크의 전략분야다. 인터파크는 쇼핑몰에서 일반유저를 대상으로 챗봇 서비스를 실시한 최초의 회사다. 최근에는 단순한 챗봇을 넘어 사람수준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집사’를 개발하고 있다. 채팅으로 집사 역할을 한다고 해 ‘톡집사’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대표는 “아마존의 알렉사, KT의 지니, 네이버의 클로바 등 비서역할을 하는 다양한 플랫폼이 있다”며 “하지만 인터파크에서 추진하는 형태는 비서가 아니라 알아서 미리 준비하는 집사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에서 추진하는 챗봇이 도우미 수준에 그친다면, 인터파크는 유저들이 경험하는 아쉬운 부분을 미리 긁어주는 형태로 기획됐다.
이어 이 대표는 “챗봇은 주로 채팅이나 문자를 통해 명령을 전달하고 인공지능 플랫폼은 음성을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며 “톡집사는 이런 부분을 모두 감안해 음성도 되고 톡도 되는 두 가지 인터페이스를 모두 담았다”고 설명했다.
톡집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양했다. 여타의 챗봇이 저장된 빅데이터로 제한된 답변만 내놓는 반면, 톡집사는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 제안과 가격비교를 자세히 해준다. 특히 다른 업체가 프로그램만 통해 서비스를 한다면, 톡집사는 사람이 보조적으로 서비스에 투입돼 완성도를 높인다. 가장 아날로그한 방식으로 디지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셈이다.
이 대표는 “전체 상담에서 기계가 40% 정도의 일을 하고 나머지 부족한 부분에 사람이 붙어서 업무를 돕는다”며 “사람과 기계가 같이 업무를 하다 보니 저희는 최저가 제시나 지인의 생일선물 이벤트 등 서비스의 디테일함에서 차원을 달리한다”고 자평했다.
물론 서비스가 뛰어나다고 모든 부분의 경쟁력이 앞서는 것은 아니다. 상품의 가격경쟁력이나 종류에서는 다소 부족한 부분도 있다고 이 대표는 솔직히 털어놨다.
다만 이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인터파크는 가격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회사는 아니었다. 타사가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면 오히려 톡집사는 다른 플랫폼으로 흔쾌히 보낸다고 했다. 톡집사의 역할은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일 뿐 인터파크의 매출증대에만 집중하는 플랫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이러한 고객 중심적 서비스는 향후 인터파크의 신뢰도를 높여 정보와 서비스의 중심적인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게 장기적인 비전이다.
이 같은 인터파크의 정책은 고객이 소비하는 것은 상품에 대한 가격뿐만 아니라 상품의 탐색비용도 포함돼 있다는 판단에서 출발한다.
이 대표는 “고객이 쇼핑사이트에 접속해 결제하는 데 보내는 시간은 전체의 10%뿐이고 앞의 90%는 제품 선택을 하는 탐색비용”이라며 “가격과 배송도 물론 중요하지만 짧은 시간에 정확한 상품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야말로 고객의 가치를 책임져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최근 톡집사는 앱에서만 서비스를 하다가 모바일 웹으로 서비스를 확충했다”며 “처음 기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15%였는데 최근은 60%까지 올랐다”고 발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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