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곧 경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톱다운 외교 2.0' 시대를 예고했다. 핵심은 '북·중→북·미→남북' 정상 간 연쇄 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추동이다.
'세기의 핵 담판'인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길목에서 중국을 전격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승부수를 계기로, 평화체제를 견인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남북 경제협력의 핵심인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도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통해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新)경제지도'의 시계추 속도를 촉진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북제재의 뇌관'인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북·미 정상 간 대북제재 해제를 위한 상응조치 합의 여부도 안갯속이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우회적으로 견제구를 날린 대일 관계는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한반도 중재자론'도 가장 험난한 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北·中 밀월··· '先북미-後남북' 선순환 굳혔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나타난 문재인 정부 3년 차 외교·안보 정책의 특징은 정상 간 '톱다운 외교'의 대진표를 확정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이 교착 국면에 접어든 이후 우리 정부 내부에선 '북·미→남북이냐, 남북→북·미냐'를 놓고 혼선을 빚었다. 지난달 '김정은 답방'과 '종전선언' 여부가 한반도를 뒤덮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시한 강박'에 빠진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드러난 셈이다.
각국 정상과의 회담 대진표는 '북·중 밀월'이 추동했다. 지난 7일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방중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문재인 정부도 '북·중→북·미→남북' 정상회담 시간표에 마침표를 찍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방중'에 대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라며 "'김정은 답방'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나면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북·미의 힘겨루기'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국제사찰단 수용과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의 이른바 '빅딜'이 실패한다면, '톱다운 담판' 방식은 되레 부메랑으로 작용한다.
◆"남북 경협, 우리 경제에 획기적 성장동력"
담판 외교는 비핵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 물밑접촉 통로까지 막아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진 세한대 대외부총장은 "결국 문제는 미국"이라며 "대북제재 해제 범위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의 향방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북·미 간 빅딜이 성공한다면,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속도는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도 "북한의 조건 없고 대가 없는 재개 의지로 남북이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라며 "남북 경협은 우리 경제의 획기적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남북한 경제통합 분석모형 구축과 성장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7대 남북 경협사업의 향후 30년간 경제효과는 169조4000억원에 달한다.
북·미 정상회담 성과에 따라 남북 정상도 조만간 마주 앉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종전 선언도 가시권에 접어들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 경우,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를 비롯해 △환동해 에너지·자원 벨트 △환서해 물류·산업벨트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북한은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추진 등을 통해 '북·중·러 삼각 체제'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대미 압박전술'이다. 이는 미국은 물론, 한·일 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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