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 계획을 접은 채,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이 마련되지 않으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경고했다.
10일 블룸버그와 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는 22~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WEF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국경보안에 대한 민주당의 비타협적인 태도와 우리나라 안전의 대단한 중요성 때문에, 나의 매우 중요한 여행을 정중하게 취소할 것"이라며 WEF에 양해를 구했다. 트럼프의 트윗(트위터 게시글)은 텍사스주의 멕시코 국경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올린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이미 WEF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셧다운(연방정부 일부 폐쇄)이 계속되면 나는 (WEF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기자들에게 "나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절대적인 권한이 있다"며 "아직 그럴 준비는 되지 않았지만 만약 그래야 한다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의 승인이 필요없는 비상사태를 선포해 장벽 건설을 강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문제로 정면대치 중이다. 트럼프는 의회가 장벽 건설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반대하고 있다. 이 여파로 예산안 처리가 미뤄져 미국은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셧다운 사태에 빠졌다. 오는 12일이면 역대 최장기 셧다운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 처음으로 WEF에 참석했다. 그가 '미국 우선주의' 방침 아래 반무역, 반이민 정책 등을 밀어붙인 탓에 현지에서 시위가 일어나는 등 많은 반발을 샀다.
물론 트럼프는 올해 WEF에서도 환영받기 어려운 처지다. 다만 시진핀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인 왕치산 부주석과의 회동 가능성이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왕 부주석의 만남이 지난 7~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차관급 무역협상의 연장선으로 무역갈등 해소를 위한 돌파구를 열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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