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아이클릭아트]
동네 주위를 빙 둘러보면 아파트 단지 명칭에 '파크(Park)', '그린(Green)', '센트럴(Central)' 등 단어가 함께 들어가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펫 네임(Pet Name)'이라 합니다.
펫 네임은 건설사가 입지, 자연 환경, 역세권 등 아파트 고유 특성을 키워드로 함축해 단지 명칭에 덧붙인 것을 뜻합니다. 말 그대로 아파트 애칭인 셈이죠.
사실 펫 네임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시점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건설사들이 치열한 분양 각축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입한 나름의 마케팅 비기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펫 네임이 아파트의 종합적인 특성을 단 하나의 명칭만으로 수요층에게 직관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상품의 고급스러운 이미지까지 제고할 수 있으니, 건설사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일석이조였던 셈이죠.
사실 펫 네임이 도입되기 시작한 2010년 안팎 무렵만 해도 위치나 주변환경 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예 동네 이름이나 산 이름, 바다 이름 등을 표시해 단지명에 추가하는 식이죠. 펫 네임이 워낙 직관적이다보니 수요층이 이해하기 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느새 부터인가 펫 네임도 시대 흐름에 맞게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퍼스트(First)', '블레스티지(Blestige)' 등 추상적인 개념이나 의미가 합성된 펫 네임도 등장했고, 2015년 이후로는 '디에이치(THE H)', '아크로(ACRO)', '더 플래티넘(THE PLATINUM)' 등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프리미엄 라인도 시장에 나오며 호응을 얻고 있죠.
이렇게 펫 네임은 건설사 입장에서 함축적인 의미 부여를 하기에 어느새 주택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펫 네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꼭 곱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펫 네임에 표시된 지역과 실제 행정구역이 다른 경우가 있죠. 유명 지역의 명칭이 단지 앞에 붙어있는데, 실은 인근에 위치하는 식이죠. 단지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대단히 주의해야 하는 대목입니다.
게다가 펫 네임과는 달리 역세권이 아니거나, 학군을 이용하기 쉽지 않은 단지들도 종종 있습니다. 모두 펫 네임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외래어가 남용되고 있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죠. 최근 아파트 펫 네임을 보면 한글로 된 경우는 정말 찾기 어렵습니다. 영어가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는 반응들이 많은데, 아예 의미를 해석하기 힘든 합성어들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펫 네임이 주목 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상 대부분의 건설사가 쓰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타 단지와의 차별화를 위해 도입된 펫 네임이 이제 범용적으로 쓰이다보니, 건설사들도 이를 통한 마케팅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결국 건설사들이 우수한 지역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얼마나 좋은 아파트를 짓느냐가 관건이겠지요. 펫 네임은 이 같은 기본이 토대가 될때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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