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것과 관련해 북한과 미국이 ‘서로 준비가 안됐다’면서 ‘네 탓’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번 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핵심적인 원인은 대북 제재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이로 분석된다. 미국 측은 지난달 28일과 지난 1일 두 번의 입장 발표를 통해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를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이 군사 분야에 대해 조치를 취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2016~2017년에 채택된 5건 중 민수경제,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만 해제해 주길 원했다”고 반박했다.
양 측의 주장을 살펴보면 이 5건의 제재가 대북제재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무기통제, 교류제한, 대외교역 제재, 금융 거래 제한 등 11건의 대북제재 결의 사항을 채택하고 있다. 11건의 결의 가운데 5건에 대해 미국은 ‘전부’, 북한은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문제가 된 5건의 결의 사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인 2016년 3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안 2270호에서는 민생목적을 제외한 북한의 석탄, 철, 철광수출 등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5차 핵실험이 있었던 같은해 11월에 채택된 2321호는 북한의 최대 수출품목인 석탄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듬해 8월 채택된 2371호에서는 북한의 석탄, 철, 철광석 등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강력한 제재로 평가받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75호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인 2017년 9월 채택됐다. 이 조치는 대북 유류 공급 30% 감축과 함께 대북 투자, 합작 사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북한의 대표 수출 품목이던 의류, 신발, 화장품 등의 수출도 전면 금지됐다.
2017년 12월에 결의된 2397호에서는 대북 정유 제품 공급량을 연간 50만 배럴로 감축하고, 해외 파견 노동자를 24개월 내 송환하도록 했다. 북한의 제조, 무역, 인적교류를 올스톱한 초강력 제재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대북제재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양분된다. 한편에서는 북한이 해제를 요구한 5건의 제재가 사실상 대북제제의 99.9%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5건을 제외한 나머지 제재는 수입금지나 재래식 무기, 사치품 거래 제한 등과 같은 한정적 제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엔과 개별국들의 대북제재망이 워낙 촘촘한 만큼 민생목적 등을 포함해 일부 완화한다고 해서 ‘전부를 잃는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도 나온다.
신속한 제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선 제재를 바라보는 북한과 미국의 입장차이부터 해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변 핵 단지를 통째로 폐기하는 안을 내놨는데도 (미국은) 민생 제재만 해제해 달라는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김 위원장이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 이해하기 힘든,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측의 기본적인 요구사항은 완전한 제재 해제(full sanctions relief)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