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채 순발행액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부동산시장 활황으로 대출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급속하게 축소되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될 새로운 예대율 규제 탓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은행채 순발행액은 18조9427억원으로 전년(15조5402억원) 대비 21.89%(3조4025억원) 급증했다. 발행 잔액 기준으로는 301조7069억원을 나타냈다. 이는 순발행액 및 잔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은행채 발행액은 박근혜 정부 출범해인 2014년부터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3년 185조원에서 2014년 236조원으로 급증했다. 2015년과 2016년에도 각각 254조원, 267조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2017년에는 283조원으로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의 경우 결국 3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당시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초이노믹스(최경환+이코노믹스) 정책을 추진하면서 가계대출이 크게 늘었고, 은행들은 대출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 발행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신용 잔액은 2014년 519조6368억원에서 2015년 563조7278억원으로 급증했고,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617조4203억원, 660조6778억원으로 우상향을 이어왔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713조849억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꾸준히 경신 중이다.
하지만 올들어 분위기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연초 이후 2월 말까지 은행채 순 발행액은 -6101억원이다. 작년 순 발행액인 1조4374억원에 비하면 크게 후퇴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예대율 규제가 이유"라고 설명했다.
2020년부터 도입되는 새로운 예대율 규제는 예금 대비 대출 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하되 가계대출 위험 가중치를 15% 올리고 기업대출은 15%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즉, 가계대출이 많은 은행은 대출금 잔액이 늘어나는 만큼 가계대출 비중을 줄이거나 예금을 더 늘려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당장 대출을 줄일 수 없어 예금을 늘리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고금리 특판상품을 판매하며 예금을 늘리고 있다.
즉,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보다 들어오는 예금을 이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예대율 규제에 맞추기 위해 대출 속도조절에 나선 상태인 데다 고금리 특판 예금상품 판매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면서 "최근 대출은 은행채 발행 등 외부조달이 아닌 예금 자금을 이용하고 있고,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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