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로 예고됐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합의안에 대한 제3 승인투표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이 새로운 브렉시트 합의안이 아니면 하원 승인투표를 개최할 수 없다고 선언하면서다.
B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버커우 의장은 지난 12일 승인투표에서 이미 부결된 브렉시트 합의안에 실질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이 합의안을 승인투표에 재상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원이 이미 표결을 마친 사안에 대해 재투표할 수 없도록 한 의회 규약을 근거로 들었다.
문제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EU와 재협상을 통해 새로운 합의문을 의회에 내놓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EU는 추가 협상은 없다고 못박은 상태다. 메이 총리가 21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려면 영국 하원은 20일까지 승인투표를 통해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입장 정리를 마쳐야 한다.
만약 이번 주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승인투표가 치러지지 않을 경우 합의안 부결과 같은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영국이 EU 탈퇴 시점을 장기 연기하고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 당초 오는 29일이던 영국의 EU 탈퇴가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1년 이상 미뤄질 수 있다. 이 경우 영국이 EU 관세 동맹에 남는 소프트 브렉시트나 제2 국민투표를 통한 브렉시트 무효화 쪽으로 무게가 기울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보고 있다.
여당인 보수당 내에서는 버커우 의장이 갑자기 승인투표에 제동을 건 것이 EU 탈퇴를 한참 뒤로 미루려는 속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번 주 승인투표를 앞두고 브렉시트 강경파들이 찬성으로 마음을 돌리는 신호가 나오자 애초 EU 잔류파에 속하던 버커우 의장이 이를 훼방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영국 내각은 보수당 출신인 버커우 의장이 그동안 브렉시트에 반대하고 친노동당 성향을 보여왔다고 불만을 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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