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작명도 '단속'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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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6-2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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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마성, 베니스화원 등 서양식 작명 '단속' 강화

  • 대신 '탐매리', '추하방' 등 중국식 이름이 뜬다

"유럽성(毆洲城), 로마성(羅馬城), 동방의 프로방스(東方普羅旺斯), 캘리포니아 작은마을(加州小鎭), 베니스화원(威尼斯花園)…."

최근 중국 정부의 단속 대상이 된 중국 전국 곳곳 아파트 이름이다. 서양식 냄새가 풀풀 난다는 게 단속의 이유다. 

이는 지난해 말 중국 민정부, 주택건설부 등 6개 중앙부처에서 '규범에 맞지 않는 지명 단속 개정에 관한 통지'를 발표해 아파트나 쇼핑몰, 산업단지 작명에 비일비재한 '대(大)·양(洋)·괴(怪)·중(重)' 현상을 바로잡겠다고 선언한데 따른 것이다.

'대양괴중'에서 '대'는 거창하고 화려하게 작명을 꼬집은 것이다. 예를 들면 'XX1호', '국제XX', '세계XX' 등의 단어가 포함된 작명이 단속 대상이다. 
 

중국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 광고. '센추리, 로마시티'라는 서양식 이름으로 작명했다. [사진=바이두]


'양'은 외국 지명이나 영어 등 외국어를 갖다 쓴 작명을 말한다. 최근 난징의 '베니스 물의도시(威尼斯水城)'라는 신축 아파트 단지 이름이 '북와이탄 물의 도시(北外灘水城)'로 수정된 게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도시 이름인 베니스 대신 상하이 황푸강변의 와이탄 지명을 넣은 것이다. 

'괴'는 저속하거나 해괴한 작명을 뜻한다. 예를 들면 시안시는 최근 프랑스 유명 와인 브랜드 '라피트(拉菲)'를 작명에 사용한 아파트에 시정을 요구했다. 아파트 이름과 와인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이밖에 '중'은 다른 인근 아파트 이름과 겹치거나 중복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중 단속 대상에 가장 많이 오른 경우는 서양식 이름이다. 사실 중국에선 2000년대 들어 국제화 바람이 불며 아파트 작명에서도 외국어를 많이 갖다 썼다.  또 이는 건축 스타일하고도 관련이 있기도 했다.  예를 들면 투스카니로 작명한 아파트 단지엔 실제로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역 스타일로 돌이나 흙을 아파트 내·외장재에 사용하는 것이다.

중국 왕이부동산데이터창고에 따르면 중국 137개 도시 5만4000여개 아파트 단지에서 많이 쓰인 외국지명에는 파리, 베니스, 유럽, 캘리포니아, 로마, 빅토리아, 투스카니 등이 꼽혔다. 하지만 서양식 작명이 난무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진 게 사실이다. 아파트 작명도  원칙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맞서 최근 들어 중국 아파트 작명에서 '중국식 이름'도 느는 추세다. 중국 전통문화나 한시 등과 결합해 아파트 작명을 하는 것이다. 중국 간판 부동산업체 완커가 항저우 신축 아파트 단지 작명에서 류영방(柳映坊, 버드나무 그림자 마을), 추하방(秋荷坊, 가을연꽃 마을), 탐매리(探梅里, 매화를 감상하는 마을) 등이라 지은 게 대표적이다. 
 

중국 항저우의 '버드나무 그늘 마을'이라는 뜻으로 작명된 아파트단지 '류영방(柳映坊)' [사진=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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