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겪은 일 애써 외면했다"…위안부였던 나의 사랑하는 엄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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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19-08-1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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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정부 기념식서 유족들 편지 소개

  • 여가부, 유족들 인터뷰 내용 정리해 편지 완성…배우 한지민이 대독

"겁이 났습니다. 그런 일들이 있었다는 것이 무섭기만 했고,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하필이면 우리 엄마가 겪은 일이라는 게 더 무섭고 싫기만 했습니다. 혹시라도 내 주변의 친구들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어쩌나 그저 두렵기만 했습니다. (중략) 어쩌면 저는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애써 외면했어요. 제가 알게 된 엄마의 이야기를 모른 척 하고 싶었습니다. 철없는 저는 엄마가 부끄러웠습니다."

14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정부 기념식에서 위안부 피해자 유족들의 편지 한 통이 낭독됐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배우 한지민이 '위안부였던, 나의 사랑하는 엄마에게'라는 제목의 편지 한 통을 대독했다.

이와 관련, 여성가족부는 2명 이상의 유족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편지를 완성했으며 인터뷰에 응한 유족들이 신원을 밝히지 않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편지 주인공은 어머니가 매주 수요일 광화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에 참여한 때를 상기한다.

딸은 "처음에는 엄마가 어디 가시는지조차 몰랐다"면서 "아픈 몸을 이끌고 미국과 일본까지 오가시는 것을 보면서 엄마가 겪은 참혹하고 처절했던 시간을 하나씩 하나씩 자세하게 알게 됐다"고 적었다.

어머니는 딸에게 "끝까지 싸워다오. 사죄를 받아다오. 그래야 죽어서도 원한 없이 땅속에 묻혀 있을 것 같구나. 이 세상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해. 다시는 나 같은 아픔이 없어야 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유족은 "끝내 가슴에 커다란 응어리를 품고 가신 우리 엄마 모진 시간 잘 버텨내셨다"며 "엄마는 그렇게 바라던 진정한 사죄도, 어린 시절도 보상받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아픔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저희가 이어가겠다. 반드시 엄마의 못다 한 소망을 이뤄내겠다"라고 말했다.


 

14일 오전 광주 서구청 앞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아픔을 기억하겠다는 대형 현수막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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