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인어] ​불여수중(不如守中)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종권 초빙논설위원
입력 2019-11-27 15:3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우리말의 장음과 단음이 재미있다. 동지섣달 기나긴 ‘밤’은 단음이다. 전전반측 노곤한 몸에 아침은 순식간이다. 베개 끝에 봄바람이 깃들면 먼동이 야속하고. ▷반면 긴긴 밤, 화로에 둘러앉아 구워먹는 ‘밤’은 장음이다. 밤꽃 향기에 어질어질하다 푸른 밤송이에 가슴 찔리고, 누런 밤송이에 손 찔리며 밤톨 굽기까지 한 해가 걸린다. 그래 “밤 세지(새우지) 마라” 하소연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청구영언 미상(未詳)씨의 시조가 말 된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까 하노라.’ 이때의 ‘말’은 장음이다. 천천히, 깊이 생각하고 말하라는 뜻일 게다. 하루 천리를 내닫는 말은 단음이다. 발 없는 말보다도 느린 탓일까. ▷정치인의 말은 자신을 옭아매는 노끈이다. 문재인, 트럼프, 아베 모두 말이 앞선다. 불여수중(不如守中)이다.◀ <權>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