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자유한국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27일 밤부터 시작했다. 다만 선거법 상정 때와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도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며 무제한 토론으로 맞붙었다.
공수처법안에 대한 한국당의 전원위원회 개회 요구 논의를 위해 오후 7시 23분께 본회의가 정회했으나, 여야 합의가 불발되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2시간쯤 지난 9시 19분께 회의 속개를 선언했다.
문 의장은 "전원위 개회 여부에 대해 교섭단체간 합의에 이르지 못해 무제한 토론을 실시한다"며 "토론 중이라도 합의가 이뤄지면 정회하고 전원위를 개회할 것"이라고 선언한 뒤 주승용 부의장과 사회를 교대하고 본회의장을 나섰다.
다만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자 여야 할 것 없이 의원들 대다수가 자리를 뜨며 분위기가 잦아들었다.
각 당은 조를 구성해 본회의장 사수에 나섰다. 여야 의원 약 스무명 정도가 남아 토론을 경청하는 가운데, 일부는 책과 스마트폰을 보며 본회의장을 지켰다.
한국당에서는 검사 출신인 김재경 의원이 첫번째 주자로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9시 26분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올라 "지난 정기국회 말부터 두 차례 임시국회 보면서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회의 법률과 관행을 완전히 무시했다. 국회 역사에서 악순환의 역사에 분명한 오점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공수처 법안에 대해 "공수처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누구 눈치를 보고 누구 입맛에 맞는 사찰을 할지 뻔하다"며 "공수처 검사는 조사업무를 일정기간 하면 시킬 수 있다는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그게 어떻게 위험한가"라고 항의하자 김 의원은 "공수처는 반대편을 얼마든지 죽일 수 있는 요건을 갖춘 기구"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당에서는 경찰 출신 윤재옥 의원, 검사 출신 정점식 의원 등이 이어 토론에 나선다. 다른 야당 중에서도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권은희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신청했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에 맞서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혹은 율사 출신들을 필리버스터 주자로 내세웠다.
민주당은 시간을 길게 끌기보다는 한국당에 충분한 시간을 주되 최대한 효율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설파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전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만큼 조 전 장관에 대한 그간의 검찰 수사 과정을 중점적으로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검사 출신이자 지난 4월 공수처법을 대표 발의한 백혜련 의원이 민주당의 첫 주자로 나선다.
이어 경찰 출신 표창원 의원, 판사 출신 박범계 의원, 송영길 의원, 변호사 출신 이재정 의원, 전직 검사이자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송기헌 의원이 뒤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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