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강조하며 오는 4월 6일 유·초·중·고 학생들 개학 전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특히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밀접이용 제한' 행정명령을 내린 PC방, 노래방, 클럽 등에 점검사항을 지킬 것을 당부했다. 점검사항은 △감염관리책임자 지정 △이용자·종사자 전원 마스크 착용 △발열·후두통·기침 등 유증상자 출입금지(종사자는 1일 2회 체크) △이용자 명부 작성 및 관리(이름·연락처·출입시간 등) △출입자 전원 손 소독 △이용자 간 최대한 간격 유지 노력 △주기적 환기와 영업 전후 각 1회 소독 및 청소 등 7가지 항목이다. 과연 이 점검사항들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을까? 마포구 홍대 인근 PC방과 노래방 20여곳을 직접 방문해 점검사항들이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마포구 홍대 인근 PC방 손님들이 나란히 앉아 게임을 즐기고 있다[사진= 장윤정 기자 ]
ㄱPC방의 경우 실장 A씨는 "PC방은 원래 회원 가입을 하고 이용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이용자 명부작성에 어려움이 없다"며 "처음 오시는 분들이나 1회성으로 들르시는 분들에게만 수기로 이용명부를 작성하게 하면 된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거부감 없이 작성해주신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손님이 많이 줄었는지에 대해서는 대답 대신 한숨만 내쉰다. 그는 "지금 봐라. 200석 규모에 손님이 열명도 안된다. 대학 개강도 늦어져서 평소같으면 거의 다 차야 정상인데 평소 반의 반도 손님이 안들어온다"고 더 이상 말도 하기싫다는 듯 자리를 떴다.
ㄴPC방 관계자는 "이용자 명부를 작성해달라고 하고 취지를 말씀드리면 대부분 손님들이 협조해주신다.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요청하지만 게임을 하다보면 벗는 경우도 많다. 그럴때마다 일일이 다시 착용해달라고 하기는 좀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구청에서 주기적으로 방역을 해주고 세정제 등을 지급해 주고 가기 때문에 가게에서는 손소독제 정도를 구비해 손님들에게 출입 시 써달라고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PC방 입구에 비치된 이용자 명부. 들어오는 손님들이 스스로 적을 수 있도록 펼쳐져 있다 [사진= 장윤정 기자 ]
더욱 심각한 상황은 작성한 이용자 명부를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20여곳의 PC방과 노래방 관계자 중 작성된 이용자 명부를 나중에 마포구에서 언제 수거해가는지 관리와 폐기 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있냐고 질문하자 "모른다. 적으라는 말만 들었다"고 대답했다. 개인정보 유출도 우려된다. 입구에 이용객들 스스로 작성토록 방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작성된 개인정보를 악용하려고 한다면 충분히 유출, 악용할 소지도 다분하다.
코인노래방 등 노래방은 더욱 상황이 심각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PC방에 비해 노래방은 일반 손님들이라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한명한명 이용자 명부 작성을 부탁해야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코인노래방은 주인이 가게를 지키지 않고 무인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입구에 이용자 명부를 비치해뒀지만 손님들이 스스로 적고 들어가는 사례가 드물었다. 기자가 지키고 서서 본 30분 동안 12명의 손님이 들어갔는데 단 한명도 스스로 이용자 명부를 적지 않았다. 기자를 주인으로 착각하고 "어? 그거 적어야하나요?"라며 물어보기도 했지만 "주인아니다"고 하니 그냥 들어간다.
노래방에 적혀진 주인 핸드폰 번호에 전화를 걸어 이용자 명부 작성을 손님들이 어떻게 하도록 하냐고 물어보니 "입구에 명부를 비치해놨고 스스로 알아서 적어주신다"고 대답한다. 안하는 손님이 많은 것 같다고 전하니 "아니다. 스스로 적어주신다"고 주장한다.
노래방을 이용하고 나오는 3명의 여대생들에게 물어봤다. 종로구에 거주한다는 여대생 A씨는 "코로나때문에 참고참다가 너무 답답해서 나왔다"며 "노래방은 친구들끼리 따로 방에 들어가고 손소독제하고 들어가니 괜찮지 않을까요"한다. 이어 "이용자 명단요? 인적사항 적는게 좀 찜찜해서 안 적었어요"라며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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