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2차 협상 앞둔 일본, 어떤 카드 준비하나…'주일미군 주둔 경비' 난맥

  • 4월 중 2차 협상, 이시바 "진행 상황 보며 트럼프와 직접 회담"

  • 닛케이 "日, 미국산 쌀 수입 확대, 미국차 검사 간소화 검토"

  • '관세·환율' 논의 분리에는 성공, '관세·방위비' 분리도 성공할까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열린 미국과 일본의 첫 관세 협상이 ‘조기 합의’라는 목표만을 확인한 채 끝이 났다. 일본은 첫 관세 협상의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이달 중 개최할 2차 관세 협상을 앞두고 미국을 설득할 ‘교섭 카드’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이 중 주일미군 주둔 경비 등 일본의 방위비 증대 요구 문제와 관련해선 ‘관세 협상과의 분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의 압박이 예상되고 있어 어려운 싸움이 될 전망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일 간 첫 관세 협상에서 표면적으로 확인된 점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양측이 조기에 합의해 정상 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2차 협상을 이달 중에 실시한다는 것이다. 또 장관급 이외에도 실무 레벨에서도 협의를 계속해서 이어 나간다는 점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첫 협상에 대해 “다음 단계로 이어질 협상이 진행됐다”며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어로 ‘평가한다’는 말은 대체로 ‘성과로서 인정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는 “장관급 협상의 진행 상황을 보면서 가장 적절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회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협상 다음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매우 생산적인 회담이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협상 내용으로 들어가면 자동차 등 분야별 관세를 포함해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포괄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일본과, 안보를 포함한 패키지 거래를 원하는 미국 간의 격차가 깊은 상황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일본 현지 언론을 통해 드러난 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일본 대표단을 만나 대일 무역 적자를 ‘제로’로 만들고 싶다고 발언했고, 미국산 자동차가 일본에서 팔리지 않고 있는 점, 그리고 일본이 부담하는 주일 미군 주둔 경비가 너무 적은 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진 장관급 회담에선 미국산 쌀의 수입이나 유통 구조에 투명성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육류 및 어패류, 감자 등 농산물의 수입 확대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2차 관세 협상을 앞두고 각각의 요구 내용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가 교섭 카드로 미국산 쌀 수입 확대와 미국 자동차 검사 간소화 등을 검토 중이라고 20일 보도했다. 특히 쌀 문제의 경우, 최근 일본에서 쌀값이 계속 오르면서 식탁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미국산 쌀 수입 확대가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올여름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쌀 농가를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시바 총리는 20일 NHK 방송에 출연해 쌀 수입 확대와 관련해 “식량 안전을 양보하는 일은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일본 농업을 강하게 만들 수 있을지 (미·일 관세 협상을) 하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카드로 거론되는 것은 일본으로 수입되는 미국차의 안전 검사 기준 완화로, 미국이 ‘비관세 장벽’으로 여기는 자동차 안전 기준 관련 충돌사고 성능 시험을 손보는 방안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에서 미국 자동차를 수입할 때는 원칙적으로 일본의 형식 인증을 다시 취득해야 하며, 수 개월가량 시간이 걸리는 등 까다로운 부분이 많다. 미·일 양국은 해당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도 논의를 거듭해 오고 있다. 이시바 총리 역시 NHK 방송에서 자동차 관련 비관세 장벽 등에 대해 미국 측으로부터 “공정하지 않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깔끔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은 관세 협상과 환율 문제, 그리고 방위 관련 사안은 모두 별개로 보고 따로 논의한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이 중 미국이 불만을 표시한 환율과 관련해서는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이 24일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측과 별도로 논의하기로 하면서 ‘분리’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다만 미국 측이 관세와 방위비 등 안보 문제를 연계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일미군 주둔 비용에 대해 계속해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이시바 총리는 20일 “안보와 무역을 연결시켜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관세와 엮이지 않는 형태로 논의하겠다”고 재차 언급했다.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도 19일, 주일미군 주둔 경비에 대해 “2027년이 현재 약속의 기한”이라며 “보통 그 전년부터 미·일 간 협의를 진행해 온 것이 여태까지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2차 협상에서 일본은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이후 방위비를 꾸준히 늘려오고 있으며 현재 일본의 주일미군 비용 부담 비율이 한국이나 독일에 비해 높다는 점을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양측 모두 양보할 수 없는 국가 이익이 있는 가운데, ‘윈윈’이 가능한 공통 분모를 찾을 수 있을지 향후 협상의 추이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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