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관세전쟁의 타격을 입은 자국 수출기업들의 내수 판매로의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미중 간 무역전쟁에 따른 자국 경제의 충격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지만, 중국 시장 트렌드의 빠른 변화, 내수시장 경쟁 치열 등 이유로 수출용 제품의 내수 전환이 말처럼 쉽지는 않은 상황에서 수출업자의 한숨은 늘고 있는 모습이다.
'세계의 공장' 광둥성 산터우시 청하이구에서 장난감 공장을 운영하는 류 사장. 그는 21일 홍콩 명보를 통해 "소비재는 해외 수출용 제품을 국내 판매로 전환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특히 색상, 스타일 등 측면에서 국내 고객의 선호도가 해외와 매우 다르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예전엔 중국인의 미적 감각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고 시장 수요도 단순해서 해외에서 잘 팔리는 제품은 중국에서도 인기가 있었지만 최근 중국 내 '궈차오(國潮, 애국주의 문화)' 열풍 속 문화적 자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게다가 새것을 자꾸 찾는 중국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계속 새로운 스타일을 시장에 내놓아야 중국 내수 시장에서 비로소 경쟁력이 있다는 것.
중국과 해외의 제품 표준이나 기준이 서로 다른 것도 해외 제품을 내수로 돌리는 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광둥성의 전자상거래업자 천씨는 "서양인의 체형과 선호하는 스타일은 중국인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짚었다. 특히 해외 바이어의 주문에 따라 맞춤형으로 생산한 제품을 중국 내수용으로 돌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밖에 국내 성장 둔화로 소비가 침체된 상황에서 해외 수출용 제품을 중국 판매로 돌리면 가뜩이나 포화 상태인 내수 시장에서 '출혈 경쟁'이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1% 하락, CPI 상승률이 두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중국 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는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2.5% 떨어졌다. 전월(-3%)보다 낙폭을 키우면서 30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수출업자들은 기술 혁신에 힘을 기울이며 무역전쟁 충격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류 사장은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기 몇 년 전부터 단순한 주문용 제품 제작이 아닌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공장 자동화를 통해 생산비를 줄이는 데 힘쓰는 한편,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활용한 홍보 마케팅을 전개하는 등 활로를 모색해 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알리바바, 징둥닷컴, 핀둬둬 등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들도 중국 국가 전략에 보조를 맞춰 관세전쟁의 타격을 입은 자국 수출기업의 내수 판매로의 전환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알리바바는 중국 10개 성(省) 수출업자들로부터 상품을 조달하기 위한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알리바바 산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와 '티몰'은 최소 1만개 수출기업이 10만개 품목을 판매할 수 있도록 더 높은 노출도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다른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닷컴은 향후 1년간 자국 수출업체 제품 조달을 위해 2000억 위안(약 39조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여온 중국계 해외 직구앱 ‘톄무’의 모회사인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는 내달 미국의 중국발 소액 소포 면세 종료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 플랫폼 판매자들의 내수 지원을 위해 1000억 위안(약 19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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