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지금은 코로나 '전시' 상황…국민·경제 지키기 총력전을"

안종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사회안전소통센터장 '코로나19' 인터뷰

안종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사회안전소통센터장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흡사 전쟁과 같은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면서 사회의 모습이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는 등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국가들에 비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료부터 경제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복지와 노동, 빈곤, 의료, 교육, 생활의 질 등 산업사회가 갖는 제반 사회문제를 조사‧연구하는 한국사회정책연구원의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은 정부가 이제부터 국민의 생명도 지키면서 개인과 자영업자, 기업 등이 무너지지 않도록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염병과의 대응은 바로 ‘전쟁’…전시와 같은 전략 구사해야

코로나19 국내 발생이 두달을 넘어가고, 확진자가 1만명에 가까워지고 있다. 매일 발생하는 신규 확진자 역시 100여명 내외로,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코로나19가 팬데믹(전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되고, 주기마다 찾아오는 감염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제는 장기전을 준비해야 할 시점으로 돌입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종주 센터장은 “코로나19는 지금까지 드러난 유행양상과 확산과정을 보면 한두 달 안에 사라질 감염병은 분명 아니다”라며 “이는 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명돈 서울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를 비롯한 다수 감염병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명돈 교수는 국내 인구집단의 70% 가까이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면역이 생기면 집단면역이 이뤄져 사실상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치사율을 1%로 잡는다 해도 무려 35만명이 숨지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이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엄청난 피해가 있다.

안 센터장은 “오 교수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실제 이 같은 전략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 지금 우리 정부와 전문가들이 호소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쓸 수 있는 정책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대 사회는 초연결사회로,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도시와 도시, 국가와 국가가 서로 긴밀하게 얽혀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안 센터장은 “이런 사회에서 국가의 문을 걸어 닫고 개인이 집에서만 ‘방콕’할 수는 없다”며 “일주일이나 이주일, 한두 달은 그렇게 할 수 있어도 더 이상 지나면 사회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존립 이유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경제를 살리는 것으로, 경제가 무너지면 과거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시대에도 보았듯이 사회안전망이 무너지고 자살자가 급증해 모두의 삶이 피폐해진다”며 “국가는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국민의 생명도 지키면서 개인과 자영업자, 기업 등이 무너지지 않도록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전했다.

즉 감염병과의 대응은 바로 전쟁인 만큼 전시와 똑같은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센터장은 “코로나19 초기 당시 대구·경북 사태처럼 불안과 공포가 매우 컸지만, 이제는 코로나19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다”며 “과거 인류는 이보다 더 전파력이 강하고 치명률이 높은 감염병도 결국에는 이겨낸 만큼 피해를 최소화 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국제 공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을 필요한 곳에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단감염을 일으키고 전사자(감염병 사망자)가 많이 나온 곳에 대해서는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지자체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보와 기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안 센터장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지자체의 일선 현장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해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외에도 바이러스 침공 대비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하나가 돼 남은 물적‧인적 자원을 총동원해 백신‧치료제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문제는 없나?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초기 당시 중국 전체 입국자를 제한하지 않고 지금도 유럽‧미국 등에서 입국하는 외국인 등의 입국제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여전히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에도 정부의 방역대책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안 센터장은 “무증상기나 미약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초기부터 상당한 전파력을 갖는 것이 이 감염병의 특성이기 때문에 모든 국가에서 오는 사람을 원천 봉쇄하지 않는 이상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며 “또 국내에서 지역사회 전파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이상 봉쇄정책은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해 지금과 같이 특별검역절차를 실시하고 14일간 자가격리하는 것이 해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집단감염 발생, 마스크 대란 등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안 센터장은 “집단감염 확산 가능성이 높은 복지시설과 요양병원, 콜센터 등에 대한 예방과 대응전략은 중앙과 지방 모두 미흡했다”며 “특히 대구는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감염자가 발생해 이들의 역학조사와 검사, 관리를 매끄럽게 해내기에는 경험과 역량, 인력 등이 모두 부족해 병목현상이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또 “대구 지역 콜센터에서 감염자가 다량 생겼는데도 이것을 다른 지자체·방역당국과 제때 소통하지 않아 구로콜센터 집단감염을 막지 못했던 일도 생겼다”며 “지자체는 제때 중앙정부에 어떤 도움을 요청했는지, 그 뒤 중앙정부는 어떤 조치를 했는지, 또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어떤 도움을 주기 위해 접촉을 했는지, 그때 지자체는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등에 대한 정밀 진단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험소통의 실패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보건마스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고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으며, 짧은 시간 깨끗하게 사용한 마스크는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초기부터 꾸준히 내보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안 센터장은 “그러나 거꾸로 정부는 감염 예방 수칙의 1순위가 마스크인 것처럼 소통해 거의 모든 국민이 마스크에 매달리게 만든 것은 뼈아픈 실책”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실시하는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신속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원금이 경제활동으로 이어져 경제부문의 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안 센터장은 “이런 유형의 긴급재난지원은 사실상 처음 있는 것이어서 정해진 모범답안이 없다“며 ”지원 대상이나 방법을 놓고 길게 왈가왈부하는 것은 사회갈등만 부추기고 효과적인 긴급재난지원에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정부는 형평성이 최대한 보장되는 방향으로 지원 대상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추후 제2, 제3의 긴급지원이 필요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로 각계각층의 지혜를 모아 대다수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질병관리본부, 독립성 가질 ‘청’ 승격 필요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신종플루 등을 겪으며 감염병 총괄기관으로서 그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감염병과의 전쟁에서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야 하는 만큼 일선을 지휘하는 지도부가 매우 중요하다.

안 센터장은 “질본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직후 국립보건원에서 이름이 바뀌었고, 메르스 이후 본부장이 차관급으로 승격됐으나 여전히 인사와 예산, 정책 개발 등에서 독립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보건복지부 행정 관료가 질본의 고위직을 차지하는가 하면 많은 부분에서 보건복지부의 감독을 받고 있어 단순 기술자 취급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질본을 청으로 승격해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은 한마디로 질병관리본부장을 ‘방역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 센터장은 “앞서 미국에서 실시한 빈라덴 암살작전에서 볼 수 있듯이 해당 작전에서는 장군이 상황을 진두지휘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의자에도 앉지 않고 옆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적어도 방역에 대해서는 대통령보다 질병관리본부장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안종주 센터장 이력 
서울대 미생물학과 졸업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학 박사
전 <한겨레> 보건복지전문기자
현 단국대 보건복지대학원 초빙교수
현 서울시 안전명예시장 겸 안전자문단장
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
현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사회안전소통센터장
저서 <에이즈 엑스화일> <위험증폭사회> <빼앗긴 숨>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