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NA] 文 대통령 TPP에 전향적 자세... 깊어지는 미중갈등 속 선택에 고심

["한국의 TPP 참여는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이성현 박사]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일본 등이 가입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참여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TPP 참가에 오랫동안 회의적이었던 한국의 입장변화에는 어떤 배경이 작용했는가. 세종연구소 이성현 중국센터장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심화되고 있는 미중간 대립 속에서 어려운 선택에 고심하는 한국의 모습이 부각됐다.

-문 대통령이 TPP 참여 가능성을 언급한 배경은?
=한국은 최근,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일본이 주도했으며, 미국도 복귀 가능성이 엿보이는 TPP 참여를 통해,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오랫동안 TPP 참여에 회의적이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중국이 TPP 참여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한국도 심리적 부담없이 TPP 참여의사 표명이 가능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RCEP보다도 관세 철폐율이 높은 TPP 가입은 경제적으로도 메리트가 크며, 시장의 다양화라는 관점에서도 바람직하다.

-한국의 가입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는가?
=미국의 TPP 복귀 전이 될지, 후가 될지는 상황에 달렸다고 본다. 다만 현행 TPP에 그대로 미국이 복귀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자국 경제에 유리하도록 개정한 후에 미국은 가입할 것이다.

또한 바이든 차기 정부도 산적한 국내문제에 비해 TPP 복귀의 우선순위는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TPP 가입을 위해서는 일본의 동의가 필요하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로 한일관계가 악화된 것처럼, 역으로 경제관계 강화가 정치적 관계개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국의 TPP 참가가 양국관계 회복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 한일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중국
-중국 시진핑 주석이 TPP에 대한 참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표명한 의도는?
=TPP 가입이 인정되든 안되든 중국은 잃을게 없다. 가입이 인정되면 TPP의 '중국 포위망'이라는 성격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의 경제협력 관계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가입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미국 트럼프 정부 당시 일국중심주의가 강화된 가운데, "중국은 '개방형 경제', '다자주의'를 중시하고 있다"는 기존 주장에 설득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중국은 한중 FTA를 강화하고, 한중일 FTA 협의를 진전시키려고 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 바이든 차기 정부로의 이행기 간격을 노려, 중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대책과 경제협력을 지렛대로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이번 한일 방문은 그런 노림수 속에 진행됐다.

-중국 외교부는 왕이 부장 방한에 대해, "실리가 컸다"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은 양국관계 발전추진과 지역협력 강화를 위해 '한중관계미래발전위원회' 설립에 합의했으나, 중국은 일본을 포함한 3국관계의 틀 속에서 양국관계를 고려하고 있어, 양국관계에 집중하려는 한국과는 동상이몽이 느껴진다.

역으로 한국은 왕이 외교부장 방한을 계기로 ◇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한국배치로 악화된 한중관계 회복 ◇사드배치에 따른 한류 컨텐츠 및 기업에 압박을 가하는 '한한령' 해결 ◇ 시 주석의 방한 실현 등과 같은 현안 해결의 돌파구로 삼으려 했으나,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중대립 속에서 한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바이든 신 정부 하에서 동맹관계를 중시하려는 미국과, 한일과의 경제관계를 강화하려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졌다. 한국은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같은 입장인 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필>
이성현 박사: 미중, 북중관계, 동아시아 외교 전문가. 미국 하바드 대학에서 석사, 중국 칭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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