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예술은 우리가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이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개최 중인 개인전 ‘NEW WORKS’를 통해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
2016년 국제갤러리 전시 이후 4년 만에 한국에서 여는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2019년과 2020년에 만든 신작 37점을 소개한다. 전시 제목에는 신작을 공개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새로운 세상을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동시에 담겨 있다.
오토니엘의 작품 세계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변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벽돌을 유리로 변형시켰다.
오토니엘은 2010년 인도 피로자바드로의 여정에서 만난 수공예가의 장인정신에 큰 감동을 받아 그들의 전통 유리공예 기법을 배우고 협업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집을 짓기 전 땅을 먼저 산 후 벽돌 더미를 쌓아 두는 현지인들의 일상 속 관습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이를 작업에 활용했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벽돌은 여러 문화권에서 사용되어온 보편적인 재료이자 가장 원시적이고 본질적인 주(住) 혹은 삶을 향한 굳은 염원을 은유한다”고 설명했다.
국제갤러리 K1 전시장 중앙에 있는 ‘Stairs to Paradise’는 파란 유리벽돌을 쌓아 만들었다. 아름다운 색은 현실을 잠시 잊게 했고, 단단한 벽돌은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전달했다.
프랑스에서 영상 메시지를 전한 오토니엘은 “‘Stairs to Paradise’는 희망의 메시지와 재생에 대한 소망, 새로운 시대에 대한 비전, 그리고 코로나로 고통 받는 현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는 작가에게도 큰 영향을 줬다. 봉쇄 조치로 8개월 동안 홀로 머무르며 만든 작품이 ‘Precious Stonewall’ 연작이다. 두 가지 다른 색이 결합해 만든 오묘한 조화가 인상적이다.
오토니엘은 “색의 변화라는 아이디어와 미니멀한 언어가 결합되어 있다”며 “이 작품은 내가 예술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준 미니멀리즘 작가인 도널드 저드와 칼 안드레를 떠올리게 한다”고 소개했다.
작가는 어린 시절 미술관에서 1970년대를 배경으로 활동했던 이들의 작품을 보면서 자랐다. 마치 첫사랑을 기억하듯,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예술을 사랑하게 된 ‘첫순간’을 회상했다.
작품 위에는 빛이 반사돼 만들어진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빛의 변화와 각도에 따라 출렁이며 춤추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오토니엘은 “제단과 같은 형태를 띤 이 작품은 불꽃처럼 관객뿐 아니라 벽도 비춘다”며 “관객들이 전시장에서 이 명상적인 조작 작품이 만들어내는 리듬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빠질 수 없는 꽃은 자연에 대한 깊은 경의를 상징한다.
‘루브르의 장미(La rose du Louvre)'는 꽃을 주제로 한 작업을 이어온 작가가 루브르박물관 유리 피라미드 건축 30주년을 맞아 2019년 선보인 작품이다.
2년여 동안 루브르 박물관의 5000여점에 달하는 소장품을 면밀히 살피며 그 역사와 문화적 의미를 연구한 작가는 17세기 바로크 화가인 페테르 파울 루벤스 작품에 등장한 장미에서 영감을 받아 ‘루브르의 장미’를 완성했다. 장미는 루브르를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리구슬로 장미의 생동감을 드러내는 거울 유리 조각 ‘루브르의 장미’ 4점도 함께 선보인다.
오토니엘은 “이 작품들은 루브르에 전시된 작품과 크기·형태·재료 면에서 모두 동일하다”며 “나는 주로 수채화 드로잉·회화·조각 순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전시장에서는 장미가 회화와 조각으로 표현되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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