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21) 9단이 거침없이 만리장성에 올랐다. 나홀로 진출한 춘란배 4강전에서 롄샤오(중국) 9단을 꺾고 개인 통산 500승을 달성했다. 결승전 상대는 탕웨이싱(중국) 9단이다. 이제 그를 꺾으면 만리장성을 넘을 수 있다.
지난 20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국기원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기원에서 제13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우승상금 15만달러·1억6489만원) 4강전이 온라인 대국(제한시간 2시간 25분·1분 초읽기 5회·덤 7집 반)으로 열렸다.
4강전 결과 신진서는 롄샤오를 상대로 207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어 대회 첫 결승에 올랐다.
초반 주도권은 롄샤오가 쥐고 있었다. 유리한 형세로 바둑을 이끌었지만, 종반 연속된 실수를 신진서가 꿰차며 역전에 성공했다. 4시간 30분 동안 이기고 있던 롄샤오가 마지막 20분을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신진서의 171수가 '신의 한 수'로 꼽혔다.
이날 승리는 신진서의 500번째 승리다. 2012년 7월 입단 후 8년 6개월 만에 500승 1무 161패(승률 75.64%)를 기록했다. 프로기사 중에서는 59번째로 500승 클럽에 가입했다.
대국 후 인터뷰에서 신진서는 "이번 대국에서 지면 중국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며 "그래서 부담감이 컸다. 꼭 이겨야겠다는 각오로 대국에 임했다. 어렵게 결승에 올랐다.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좀 더 신경 써서 보완점을 찾고 결승에서는 내 바둑을 두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조에서는 탕웨이싱이 중국 바둑랭킹 1위 커제(중국) 9단을 상대로 22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었다. 커제는 유독 이 대회에서 약한 면모를 보인다. 3연속 4강전 탈락이다.
이로써 대진이 확정됐다. 결승전은 신진서와 탕웨이싱이다. 3·4위전은 롄샤오와 커제다. 신진서와 탕웨이싱은 첫 우승을 목전에 뒀다. 두 기사 모두 첫 결승 진출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한국은 6개의 춘란배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창호 9단(2회), 조훈현·유창혁·이세돌·박정환 9단(1회)이 우승했다. 중국은 5번이다. 구리 9단이 이창호와 마찬가지로 2회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창하오·천야오예·탄샤오 9단이 1회 우승했다. 일본은 단 한 번(왕리청 9단)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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