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고령층 효과 8%?...'반쪽 백신'으로 전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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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1-01-2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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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층에게는 백신 효능이 8%?..."아니다" 진화 나선 아스트라제네카

  • 유럽의약품청 조건부 승인 가능성 '솔솔'...'반쪽 백신' 나오나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이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고령층에는 효과가 없다는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최악의 경우 고령층은 접종 대상에서 제외되고 젊은층만 맞을 수 있는 '반쪽 백신'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 같은 논란은 유럽의약품청(EMA)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긴급사용 결정을 앞두고 나오면서 더욱 이목이 쏠렸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한국 정부가 선구매한 백신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고령층에게는 백신 효능이 8%?..."아니다" 진화 나선 아스트라제네카
논란의 불을 지핀 것은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다. 신문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독일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이 65세 이상 고령자들에게는 8%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일간지 빌트 역시 같은 날 비슷한 내용의 보도를 내놨다. 이후 두 신문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고령자들에 대한 효능이 검증되지 않아 EMA로부터 고령자들에 대해서는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말 자사가 개발한 백신이 고령층에서 강한 면역 반응을 끌어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고령층은 코로나19에 걸리면 중증 질환 환자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노인들에게서 면역 반응을 얻는 것은 백신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코로나19 사망자 중 상당수가 60세 이상 감염자였다.

독일 언론 보도 이후 논란은 빠르게 퍼졌다. 보도가 사실일 경우 EMA는 젊은층에 한해서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다음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매서운 유럽은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반쪽 백신'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상황.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사진=EPA·연합뉴스]


논란이 커지자 아스트라제네카와 독일 정부는 적극 반박하며 진화에 나섰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우리가 지난해 11월 랜싯 의학저널에 게재한 데이터를 보면, 고령층은 백신 접종에 따른 강력한 면역 반응을 보였다"며 "2차 접종 이후에는 고령층의 항체 생성률이 100%에 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앞서 영국 백신 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The Joint Committee on Vaccination and Immunisation·JCVI)가 고령층에 대해 자사 백신 사용을 승인한 점도 강조했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디벨트와 인터뷰에서 "허위 주장의 출처가 어디인지 전혀 모르겠다"며 "고령층 예방효과가 8%인데 각국 보건당국이 사용승인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실제로 고령층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느냐는 질문에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옥스퍼드대가 첫 임상시험에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시험을 하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고령층이 자사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 항체를 생성한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치밀한 자료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탈리아 일간 라리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고령층에 대한 효능을 입증할 임상 데이터의 양이 다소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현재로선 젊은층과 고령층 모두에게서 매우 강력한 항체 생성 반응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독일 보건부도 신문들이 수치를 혼동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특히 '8%'는 예방효과가 아닌 임상시험에 참여한 56~69세 비율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보건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한 고령층이 다른 제조사보다 적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 역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에 대한 효능이 8%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의문을 제기했다. 임상 데이터를 검토한 영국 브리스톨대 아담 핀 교수는 "랜싯 의학저널에 언급된 내용을 보면 고령층에 대한 8% 효능이라는 수치의 출처를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럽의약품청 조건부 승인 가능성 '솔솔'...'반쪽 백신' 나오나
이 같은 논란은 EMA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판매 승인(긴급 사용 승인) 여부 발표를 앞두고 나왔다. EMA는 29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유럽 내 사용을 허가할지 결정한다. 독일 유력 주간지 슈피겔은 EMA가 백신의 사용을 승인하면서 65세 이하에만 접종을 권고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앞서 에머 쿡 EMA 청장은 전날 유럽의회 보건위원회에서 특정 연령대에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도록 승인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고령층에 효과가 없다는 논란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그는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속단하지 않으려 한다"면서도 "특정 연령대에 초점을 맞춰 사용을 승인하자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고, 더 넓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자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쿡 청장은 고령층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효과가 있는지를 두고 현재까지 극소수를 대상으로만 연구가 수행된 점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임상 참가자에 대해 연구자료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물론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연령대가 (백신을 접종했을 때) 예상되는 점도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머 쿡 EMA 청장[사진=EPA·연합뉴스]


한편 독일 정부는 EMA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하면서 65세 이하에만 접종하라고 권고할 경우, 접종 우선순위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독일은 현재 8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하고 있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영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인도 등에서 긴급·제한 사용 승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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