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두고 증권가에서도 긍정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매출 증가와 함께 줄어든 적자 규모가 숫자로 확인되며 조만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차등의결권의 유무가 '미국행'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며 이와 관련된 재계와 시민사회의 논쟁도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쿠팡, 기업가치 60조"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12일(현지 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상장 추진 대상은 쿠팡의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법인인 쿠팡LLC(유한회사)로, 상장될 주식의 수량 및 공모가는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쿠팡은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 등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 달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관련 업계에서는 쿠팡의 나스닥 상장을 유력한 선택지로 봤다. 그간 출혈을 감수하며 사업을 확장한 결과 4조원이 훌쩍 넘는 적자가 누적됐기 때문에 까다로운 NYSE보다는 성장성을 중시하는 나스닥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다만 쿠팡 측이 신고서를 통해 최근 실적을 공개하며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 흑자 전환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약 119억7000만달러(약 13조2500억원)로 전년 대비 91% 가량 증가했다. 같은 적자 규모는 4억7490만달러(약5257억원)으로 1500억원 가량 줄었다.
◇국내선 차등의결권 논란 재점화
장밋빛 전망과는 별개로 쿠팡의 해외 증시 입성을 계기로 해묵은 차등의결권 논쟁이 다시 불거질 조짐도 보인다. 쿠팡은 상장 신청과 함께 김범석 의장 보유 주식에 일반 보통주 의결권의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쿠팡이 미국행을 택한 주된 요인도 차등의결권의 유무에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창업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유사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벤처기업에 한해 1주당 10배의 의결권 허용하는 복수의결권을 도입하기 위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이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벤처기업 등이 투자를 받으며 창업자 지분이 희석될 경우 성장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조치다. 발행 대상은 비상장 벤처기업의 창업주이며 투자유치로 지분이 30% 이하로 떨어지거나 최대 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다만 쿠팡의 사례는 차등의결권과 무관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SNS를 통해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회사는 국내회사인 쿠팡이 아닌 미국회사인 쿠팡LLC"라며 "쿠팡LLC를 미국에 설립하고 투자를 유치한 것이므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번 사례가) 사적 계약을 통해 사실상 지분과 의결권의 분리를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면 미국 증시에 갈 수 있는 기업에 상장한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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