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영국이 아스트라제네카(AZ)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를 두고 충돌했다.
EU 측은 영국이 AZ 코로나19 백신을 독점하고 있다며 앞으로 유럽에서 생산된 백신의 영국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영국은 EU를 향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면서 EU의 수출금지 위협에 발끈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AP통신 등은 EU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EU가 유럽에서 제조된 AZ의 코로나19 백신을 영국에 수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당국자는 EU에서 생산된 AZ 코로나19 백신은 유럽 내에서만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EU가 네덜란드 공장에서 생산된 AZ 코로나19 백신을 수출하라는 영국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EU 회원국들은 최근 코로나19 백신 부족 현상에 직면할 거란 우려 속에 접종에 차질을 빚어왔고, 영국과 백신 수출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지난 17일 EU 역내 공장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다른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이 1000만 회분에 달하는 반면, 영국발(發) AZ 코로나19 백신의 공급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영국의 코로나19 백신 독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영국에서 백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우리는 우리보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로의 수출이 여전히 균형 잡힌 것인지 여부를 숙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EU 측은 영국이 지금까지 전체 인구수에 비례해 EU 국가보다 더 많은 백신을 투여했다고 주장한다”며 EU의 수출금지 경고 배경을 설명했다.
영국은 지난 20일까지 성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EU 측 관계자는 “영국인들은 네덜란드의 할릭스(Halix) 공장에서 생산된 의약품(코로나19 백신)들이 그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라며 “할릭스에서 생산되는 것은 EU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할릭스 공장은 네덜란드 레이던에 위치, 할릭스라는 하청업체가 운영하는 공장으로 AZ가 EU와 영국과 각각 계약을 체결한 백신 공급처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측은 AZ 측에 코로나19 백신 1억 회분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영국 공장이 아닌 EU 공장에서의 생산을 먼저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8월 AZ와의 코로나19 백신 공급 계약 당시 EU와 영국이 유럽과 영국 공장에서 생산된 백신을 동일한 비율로 공급받기로 했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EU의 수출금지 경고에 대해 “계약이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영국 BBC, 스카이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EU 집행위원회의 태도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면서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EU에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FT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EU의 AZ 코로나19 백신 수출금지 경고에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 특정국가와 접촉하며 로비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할릭스 공장에서 생산된 AZ 코로나19 백신은 EU의 사용 승인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AZ 측은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EU 사용 승인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EU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승인 요청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고, 로이터통신이 AZ 내부 문서를 확인한 결과 오는 25일에 EU의 사용 승인이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AZ 측은 현재 할릭스 공장에 비축된 코로나19 백신 물량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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