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바이든표 대북(對北)정책'의 마지막 검토 단계인 한·미·일 국가안보실장 회담을 앞두고 미묘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21일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유엔 안보리결의에 위반되는 탄도미사일이 아닌 순항미사일로 낮춰 수위 조절에 나섰고, 미국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은 아니다"라며 톤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2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1일 평안남도 온천에서 서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당시 우리군도 북한의 발사 움직임을 사전 포착하고 합참 상황실에서 북한의 도발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순항미사일의 경우 탄도미사일과 달리 보통 대외공개를 하지 않는 것이 관례인 만큼 미국과 합의해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한·미 비공개 합의한 미사일 도발...미국 전략적으로 흘렸나?
다만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은 이례적으로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외신 보도를 통해 뒤늦게 공개됐다.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전략적으로 언론에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북한의 군사활동을 실시간으로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경고해 향후 무력도발 가능성을 낮추면서도 북한과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가 마무리 단계라면서 내주 말 한·미·일 3국의 안보실장 회의를 워싱턴에서 개최해 집중 협의를 벌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한·미·일 3국 국가안보실장이 만나는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는 설리번 보좌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에 불만 표시하면서도 협상 열어둬...경제5개년 계획도 고려
북한 역시 미사일 발사에 앞서 전략적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방위 인권공세와 말레이시아 북한사업가 미국인도 등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협상의 여지를 열어 둔 것이다. 또한 섣부른 도발은 조만간 진행될 계획인 중국의 대북지원 정책에도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북한은 지난 8차 당대회를 통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마련했고, 경제 지원을 받기 위해 중국과 밀착 강도를 높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구두 친서를 공개하고 양국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중 갈등 속에서 반미(反美)연대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경제적인 지원까지 협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북한과 중국은 경제적 지원을 위한 왕래를 준비 중이다. 이르면 양국 간 교류는 이르면 내달 중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아사히 신문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이미 국경 지역에서 육로를 통한 화물 왕래 재개 준비를 진행 중으로 4월 중순부터 양국 간 열차를 운행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2월 이후 북한으로 보낼 쌀과 옥수수, 콩기름, 밀가루 등 원조 물자를 지린성에서 북·중 국경인 단둥시로 옮겼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섣부른 도발을 단행할 경우 대북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거세질 수 있다.
다만 이후 북한은 군사분야에서는 미국의 태도에 따라 철저히 ‘강대강 선대선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원칙에 따라 대북정책 공개 이후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는 자신들이 주장하고 있는 ‘강대강 선대선 원칙’의 맥락"이라면서도 "향후 미국의 공세 수준 강화에 따라 미사일 발사 등 군사도발 수준도 비례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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